[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고품격 엔터테인먼트 경제지 조이뉴스24가 창간 18주년을 맞아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2022년을 빛낸 드라마, 영화, 배우, 가수, 예능프로그램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엔터테인먼트사·방송사 재직자, 영화 및 방송 콘텐츠 제작자, 연예부 기자 등 업계 종사자 20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를 부문별로 소개한다.[편집자주]
플랫폼의 다양화와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로 수 년 전부터 콘텐츠 시장은 포화 상태다.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은 예능 소재 고갈과 식상한 아이템 등을 지적했고, 예능 회의론도 불거졌다.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던 예능계에, 모처럼 '대박'이 터졌다. MZ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전 연령대의 취향을 저격했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좋은 재료로 맛깔스러운 밥상을 차려낸 '흑백요리사'가 K드라마를 넘어 K예능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는 '2024년 최고의 예능프로그램' 부문에서 무려 과반수가 넘는 108표를 얻으며 1위에 올랐다. 압도적인 수치에서 알 수 있듯, '흑백요리사' 열풍은 대단했다.
'흑백요리사' 제작진은 "업계 관계자분들이 직접 선정해주신 만큼 더 기쁘고 감사하다. 감사하게도 주변의 PD, 작가 동료들도 재미있단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선수들의 인정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 80명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 20명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예능 최초로 3주째 비영어권 TV 부문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K콘텐츠 열풍을 다시 지폈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아닌, 한국 시청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을 우선 목표로 뒀다. 제작진은 "한국 시청자들 허들이 가장 높다"라며 "한국 시청자들이 좋아해주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아서 글로벌에서도 비슷한 흐름으로 간다"고 했다.
"'맛'이라는 전세계 공통의 키워드가 어필하지 않았을까용. 솔직히 글로벌은 언감생심, 일단은 우리나라에서만 잘되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새 트렌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잘되면 그게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콘텐츠 선택 기준이 높고 확실해요."
먹방과 요리를 주제로 내건 예능은 차고 넘쳤지만, 시청자들은 '흑백요리사'에 열광했다. 드넓은 주방에서 수십여 명의 셰프들이 일사분란하게 요리하는 블록버스터급 스케일도 놀랍지만, '흑'과 '백'으로 계급이 나뉘어진 요리사들의 경쟁 구도가 흥미를 부추겼다. 선망의 대상이자 명성 있는 스타 셰프들(흑수저)과, 그들을 동경하면서도 실력으로 뛰어넘고 싶어하는 무명요리사들의 계급 구도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됐다는 반응도 이끌어냈다. 여기에 셰프들의 특징을 반영한 캐릭터 네임, 요리 경연 과정에서의 상상초월의 미션과 파격적인 룰, 셰프들의 창의적인 요리는 시청자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제작 기간만 1년 2개월이다. 섭외부터 쉽지 않았다. 자료 조사부터 숨어있는 보석 셰프들을 찾아내고 스타 셰프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김학민 PD는 "작가들이 정말 애를 썼다.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셰프들을 찾아가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지원 권유도 했다"고 말했다. 김은지 PD는 "넷플릭스 첫 국내 쿠킹 프로그램으로, 전세계에 한국 요리사를 알릴 기회라는 것에 흔들렸다. 전세계를 통틀어도 한국 셰프들의 실력이 대단한 수준인데, 이를 전세계에 알릴 기회라고 설득했다"고 섭외 비하인드를 전했다.
"외식 업계를 살리자"는 스타 셰프들의 고마운 결심도 있었다. 모은설 작가는 "유명한 레스토랑이든 작은 구멍가게든, 요식 업계가 어렵고 힘들다고 했다"라며 "요식업계가 활성화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더니 그 때 마음을 많이 움직여줬다"고 말했다.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흑백요리사' 덕에 경기침체로 가라앉았던 외식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출연진들의 식당은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이들을 앞세운 식품 마케팅 경쟁이 불붙었다. 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파인다이닝' 부활 움직임이 부는 등 업계의 트렌드까지 바꿔놓고 있다. 제작진도 뿌듯한 성과다.
"우리 프로를 보고 해외에서까지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가 제일 기뻐요. 해외에서 오기 시작하면 그만큼 수요도 더 커지고 외식업계도 더 살아날 수 있어요. 처음 100인의 요리사를 모실 때 외식업계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사실 여경래 셰프님 같은 분들은 굳이 나올 이유가 없는데도 이 업계에 붐을 일으키고 살려보자는 취지로 출연하셨어요. 그분들의 결정에 누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이 있었다는데 적게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출연자들은 스타가 됐다.'흑백요리사'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준우승자 에드워드 리를 포함해 최현석, 정지선, '나야~들기름'의 주인공 최강록, '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 '이모카세' 김미령셰프 등이 스타덤에 올랐다. 맹활약을 해준 이들 뿐만 아니라 최선의 요리를 했지만 아쉽게 탈락한 셰프들까지, 100명의 셰프들 모두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다. 제작진은 "100명의 셰프들이 있어서 '흑백요리사'가 있을 수 있었다"며 진심을 담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출연자 분들 모두 추운 날씨에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최대한 많은 분들을 담고 싶었는데, 분량상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아직 이 프로그램의 실체도 없던 시절, 고민도 많으셨을 거고 부담도 됐을 건데 오직 제작진만 믿고 출연을 결정해주셨던 100인의 요리사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흑백요리사'는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도 일찌감치 확정 지었다. 김은지 PD는 "모든 피드백을 귀담아듣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에 가깝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며 "시즌1은 깜깜이로 제작했다면 시즌2는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많은 사랑과 관심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시즌2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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