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tvN '정년이'가 시청률 고공 행진 및 높은 인기 속 종영했다. 6주 연속 화제성 1위에 오르며 큰 사랑을 입증한 '정년이'는 '마의 시청률'로 불리는 15% 벽을 뚫으며 국극의 매력을 다시 떨치는 데 성공했다.
신예은은 '정년이'에서 정년이(김태리)의 라이벌이자 영원한 맞수, 정년이를 향한 열등감마저 노력으로 극복하는 열정 있는 캐릭터 영서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자신의 단점만을 보며 정년과 비교하며 괴로워 하지만, 결국 자신의 장점을 통해 열등감을 이겨내는 캐릭터는 악역임에도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와 관련, 신예은은 20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정년이' 종영 기념 인터뷰를 통해 종영 소감 및 영서로서 느낀 다양한 감정을 가감 없이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신예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정년이' 종영 소감은?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렀다. 12부작이 이렇게 짧구나 느꼈다. 처음에 방영한다 했을 땐 '벌써 방영한다고?' 했는데, 주변에서는 '야, 오래 기다렸어'라고 하더라. 끝나는 건 정말 빨리 끝나서 기분이 이상했다. 팬들에게도 보통 작품 끝나면 후련한 느낌인데 이번엔 '뭐지, 이 기분은?' 싶었다. 슬펐다. 막방 끝나고 울었다. 이번 시청률은 내게 처음 온 숫자라서 너무 신기했다. 생각지도 못한 게 다가오면 엄청 큰 행복보다는 '뭐지?' 하는게 있는데 내게 이번 시청률이 그랬다. 배우 분들이 노력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시청자 여러분들이 알아주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봐주신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방송 공개 후 악역 영서를 향한 지지와 공감이 많았다.
영서라는 인물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 같았다. 영서는 우리가 한 번쯤은 겪어볼 만한 감정을 갖고 있다. 누구나 잘하고 싶고 1등하고 싶지 않나. 그 마음을 영서가 가지고 있어서 사랑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청자 분들 반응 중 영서가 오히려 마음이 단단한 아이고, 남의 성공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자체가 영서의 장점이라는 글을 봤다. 그게 영서에게 배울 점이라 생각했다. 사람은 누군가의 실패와 좌절에 안도를 하기도 하는데, 영서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그게 참 매력이라 생각했다.
◇주변 어른들의 반응은?
그 시대를 겪은 분들은 신기하다고 하셨다. 중장년 층은 나를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정년이'를 통해 알아봐주는 분들이 계시더라. '영서야 사인해줘' 말씀하시는 걸 듣고 뿌듯했다.
◇배우 신예은으로서 배우 영서에게 공감한 포인트가 있나.
영서를 만나기 전에는 나도 영서처럼 내가 가진 재능과 장점을 보기 전에 부족함을 먼저 신경썼다. 내가 가진 장점을 드러내기 전에 단점을 고치고 보완하려고 했다. 영서를 만나고 나서는 내 장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서는 가진 게 많고 재능이 뛰어난데 본인은 그걸 모른다. 나처럼 시청자 분들도 '나에게도 이런 재능이 있지 않을까?'하고 용기를 가지지 않을까 싶다.
◇신예은은 질투나 자극 등 영서와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 적 있나.
데뷔하고는 없었던 것 같고 학창시절엔 그랬다. 실기를 보고 점수가 나오니까 괜히 경쟁에 대한 승부욕이 생겼다. 하지만 데뷔 후에는 주변 모두가 동료니까 그런 감정이 없다. 정년이와 영서도 19세 어린 애들이지 않나.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했다.
◇학창시절 열등감, 열패감을 느낀 적 있었나.
2인자였던 때는 많았지만 다행히도 좌절하진 않았다. 그냥 단순해서 몰랐던 것 같다. 그 경쟁을 즐겼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신예은이 직접 판단하는 신예은의 장점과 단점은?
내 단점은 배우로서 가진 끼와 재능이 많이 없는 것? 긴장도 많이 하고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지금은 내가 나 자신을 믿는 게 장점이 됐다. '나는 사랑스럽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세뇌하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정년이'를 위해 1년간 판소리를 연습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없었나.
소리 연습하는 건 재밌었다. 하지만 고음이 잘 안 나와 걱정이었다. 연습할수록 목만 나가고 병원에서는 연습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럴 순 없었다. 연기를 못하는 목소리가 돼 버릴까봐 혼란이 왔다. 남들보다 목이 많이 약했다. 그래도 목도 튼튼해지더라.
◇국극 무대를 길게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극중극은 새로운 경험이었을텐데.
'정년이'를 하면서 다섯 작품을 동시에 하는 기분이었다. 춘향전도 세 달, 자명고도 두 달 정도 연습한 것이니 연습 기간이 짧은 편이고 시간에 쫓겼었다. 그래도 현장에 오래 있으니 더 편해지긴 하더라. 힘들었던 일들도 많았는데 돌이켜 보니 다 좋았던 추억으로 남은 것 같다. 가장 좋았던 무대는 '바보와 공주'다. 유일하게 밝은 캐릭터라 하고 싶은 것 다 해 볼 수 있었고 인물 자체도 귀여웠다. 가장 어려웠던 무대는 '춘향전'이었다. 첫 작품이기도 했고 아니리가 너무 어려웠다. 아니리만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우다비와 학창시절부터 인연이 있더라.
(우)다비는 기수 중에서 제일 예뻤다. 다비 말로는 '거짓말 치지마. 언니 나 몰랐잖아' 하더라. 자기는 구석에만 있어서 아무도 몰랐을거라 하더라. 그런데 엄청 예뻐서 내 눈에 항상 보였던 후배였다. 다비도 낯가림이 심한 편은 아니라서 금방 친해졌다. 나중엔 현장에서 장난도 쳤다.
◇국극 분장을 하며 새로웠던 점이 있다면?
구레나룻 달아보는 것도 신기했고 평소 안 해보던 헤어스타일도 도전했다. 옷도 엄청 화려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다. 다른 배우들의 의상, 무대 디자인, 무용수들의 군무 등을 보면서 '너무 아름답다. 이게 한국의 문화구나' 싶었다.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다.
◇김태리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김태리는 정말 좋아하던 배우였다. 그런데 드라마 촬영 후 더 좋아졌다. 누구보다 부담이 클테고 고민도 크고 어려웠을텐데 티를 하나도 안 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대본을 연구하고 고민하는 모습들이 후배로서 모범적인 선배 같았다. '나도 후배한테 저런 모습만 보여줘야지' 싶었다. 실제 나는 김태리보다 부족한데 영서는 정년이를 이겨야 하지 않나. 오디션을 앞두고는 '언니와 그만 붙고 싶다'고 말했었다. '아사달' 마지막 오디션 볼 때 정년이에게 '네가 이겼다' 말하는데 정말 슬펐다. 정년과 영서의 대결이 정말 끝나는 구나 싶었다. 우리만의 노력, 연습을 마친다는 기분이 들어서 둘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찍었다. 그 때 언니와 많이 애틋해졌다. 현장에서 엄청 큰 장난을 안 쳐도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정말 큰 힘이 돼 줬다. 언니 옆에서 밀리지 말고 뒤처지지 말고 옆에 잘 붙어 있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신예은은 '정년이', '더글로리' 등에서 주인공을 자극하는 캐릭터로 참 많이 쓰인다.
그 역할이 재밌다. 사건이 확실하고 인물의 목표도 확실하다. 연기할 때 재미를 주고 관심을 끄는 인물이 되니 재밌었다.
◇'정년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김태리 출연 소식을 듣고 내게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선배님들과 연기 해보고 싶었는데 김태리와 실제 호흡을 맞추면 어떨까 궁금증이 생겼다. 내 연기도 발전할 기회라 생각했다.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이 있었다.
◇웹툰 '정년이' 원작을 봤나.
원작이 있다는 걸 알고 기본적인 정보를 미리 봤다. 그러나 완독을 하진 않았다. 그게 오히려 부담이 되더라. 내가 그만큼 그 인물을 못 해내면 어쩌나 싶어서. 영서의 감정에만 집중을 했다. 이제 작품 끝났으니 원작의 매력을 느껴보려고 한다.
◇엔딩에 대한 만족감, 또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나는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앞으로 이어질 것이고 한국 문화를 앞으로도 더 알릴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즌2 한다면 영서는 무조건 내가 할 것이다. 다른 배역은 내가 못 따라갈 것 같다.
◇'나만의 것을 찾아라'라는 드라마 메시지 속, 신예은만의 것을 찾은 게 있는지.
신예은만의 연기는 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어떤 캐릭터를 줘도 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은 드릴 수 있다.
◇1950년대 시대극 도전을 통해 얻어가는 게 있다면?
영서가 얻은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영서가 국극을 얻어갔다면 나는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됐고 동료들과 정말 오랜 시간 연습하고 소통하면서 동료애도 많이 생겼다. 작품에 임하는 마음과 대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옛날엔 이성적이었다면 요즘은 감성적인 사람이 됐다. 완벽한 T인 사람이었는데 대본을 볼 땐 F 성향으로 바라보게 됐다. 영서처럼 본인 자신을 더 챙기고 용기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매번 즐길 순 없지만 가끔은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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