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김태리의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이 드라마가 과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
'정년이' 정지인 감독이 김태리와 신예은, 정은채, 김윤혜 등 "다시는 만나기 힘든 배우들의 조합"이라며, 이들의 뜨거운 열정에 고마움을 보냈다.
최근 막내린 tvN 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 분)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마지막회 전국 평균 16.5%(닐슨코리아 기준)의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정지인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물이 이런 큰 사랑을 받게 돼서 무척 기쁘다"라며 "'정년이'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국극에 대한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정지인 감독은 "집에서 이런 걸 돈 주고 봐도 되냐는 댓글들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년이'는 드라마 속 '춘향이'와 '자명고' '바보와 공주' 등 국극 보는 재미가 컸던 작품이다. 김태리와 신예은, 정은채, 김윤혜 등은 여성 국극 안에서 또다른 캐릭터로 녹아들며 완벽한 연기를 펼쳐냈다.
정지은 감독은 "현대의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국극은 당시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며 우리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속의 관객과 시청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이런 기분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촬영 전부터 배우, 스텝들과 함께 방향을 잡았습니다.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떤 배우들을 만나야 더 큰 생동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행히 김태리 님을 비롯해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이 합류해 준 덕에 쉽지 않은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가장 공들여 촬영한 장면도 국극 장면들이었다. 정 감독은 "보통 주 2~4회의 촬영을 진행하면 나머지 날들은 배우들은 연습을 하고 나머지 스텝들은 틈틈이 국극 장면을 구현하기 위한 회의나 준비를 해야 했다"라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국극 촬영은 카메라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본 촬영에 앞서 하루씩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무대 동선 확인, 카메라와 장비 동선, 조명 세팅, 의상과 분장 헤어 세팅 등을 보면서 본 촬영에서 수정 보완할 것들을 미리 확인했습니다. 본 촬영은 무대 위주의 촬영과 관객을 포함한 촬영, 그리고 CG용 관객 소스 촬영을 각각 나눠 진행했습니다. 보통 한 작품당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이 평균적으로 소요됐습니다."
김태리와 문소리의 '추월만정' 신도 잊을 수 없다. 국극에 돌아가려는 딸 정년(김태리 분)과 함께 바닷가에 선 서용례(문소리 분)는 자신이 소리꾼으로서 가장 빛났던 시절의 '추월만정'을 불러 전율을 일으켰다.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에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 번에 걸쳐 촬영한 장면입니다. 한 신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입니다. 며칠에 걸쳐 찍으며 훌륭한 감정선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완성할 수 있던 장면입니다."
김태리와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 등 배우들의 열연은 방영 내내 화제가 됐다.
천재소리꾼 정년이 역의 김태리는 소리 뿐만 아니라 안무, 사투리까지 구사하며 '대체불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 감독은 "김태리가 쏟은 열정과 노력은 우리 작품을 떠받치는 큰 원동력이었다"라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순간이 올 때 정년이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리의 소리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태리의 소리 수업을 두 번째 만남 때 참관했어요. 처음 듣는 순간, 이 드라마가 과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의 순간까지 정년이의 소리는 끝없이 발전을 해왔습니다. 작품 속 정년이의 소리와 연기를 향한 여정이 곧 김태리 님의 여정입니다. 제가 함께 촬영하면서 느낀 생생함이 시청자들에게도 모두 전달되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신예은과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 등 배우들의 이름도 하나하나 언급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신예은의 촬영 중 반전의 순간들도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종종 허영서와 신예은을 오가며 장난칠 때마다 다시 영서로 돌아오라고 말로는 그랬지만 속으로는 주머니 속에 넣어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라미란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현신이었습니다. 단원들과 있을 때는 여고생같이 해맑게 있다가 촬영만 들어가면 어느새 소복으로 초 집중하는 모습에 수차례 반했습니다. 정은채와 김윤혜는 매란의 왕자와 공주로서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저 역시 온달과 평강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가 참 슬펐습니다. 둘의 마지막 무대가 드디어 끝났고 이제는 보지 못할 조합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정 감독은 "다시는 만나기 힘든 배우들의 조합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분들과 그 외의 모든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었다"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정 감독은 "소리 한 가락, 한 소절을 우연히라도 듣게 되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 아 정년이에서 나왔구나! 정도의 반응만 나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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