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② 이준혁 "'동재'로 독특한 취향 공유, 시즌2? 말 못하면 어떨까"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게임도 좋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는 이준혁은 시간을 사고 싶다고 할 정도로 최근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냈다. 1년 동안 찍은 다양한 장르의 차기작이 빽빽하다. '동재'도 그 중 하나. 이준혁은 오랜 시간 함께했고, 이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생캐가 된 동재를 잘 떠나보내기 위해 최근 인터뷰를 통해 소회를 전했다. "해가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장소를 직접 선택했다는 이준혁은 인터뷰 내내 특유의 부드러움과 엉뚱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독보적인 매력을 과시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연출 박건호, 크리에이터 이수연, 극본 황하정·김상원/이하 '동재')는 스폰 검사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로 인정받고 싶은 검사 서동재(이준혁 분)의 화끈한 생존기를 그렸다.

'동재'는 장르물의 한 획을 그은 '비밀의 숲' 스핀오프로, '느그동재', '얄밉재' 등 애칭을 얻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서동재가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었다. 이준혁은 끊임없이 찾아오는 선택의 기로에서 서동재의 '좋거나 나쁜' 심적 변화를 다채롭게 그려낸 열연으로 블랙 코미디 장르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냈다. 그는 멋있지만 변함없이 짠내 나는 서동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또 한번 시청자들의 극찬을 얻었다. 다음은 이준혁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서동재와 아내의 이야기가 짧게 등장했지만,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남편,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이야기를 조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내용이 있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약간 로코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의견이 다 달랐다. 처음 그 신이 나왔을 때 싫다는 사람도 있었다. 고마운 건 이렇게 팬이 많은 줄 몰랐다. 각자 좋아하는 부분이 다 다르더라. 그래서 의견을 최대한 많이 수용하는 방향을 생각했다."

- 박성웅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전 처음엔 너무 무서우시면 어쩌나 했는데 애드리브 같은 걸 준비해 가도 다 받아주시고 좋아해주셨다. '연기에 진심이시구나' 싶고 마음이 완전히 열려 계시더라. 면전에다 욕해도 유쾌하게 받아주시고 좋았다고 해주신다. 성웅 형님이 아니었으면 센 느낌의 서동재가 안 나왔을 것 같다. 형님이 에너지를 쓰니까 화난 동재가 나올 수 있었다."

- 서동재가 조병건(현봉식 분)의 뒷조사를 하면서 뭐가 없다고 하는 신이 있다. 동재가 황시목(조승우 분) 뒷조사도 한번 해봤을지 궁금하더라.

"사실 황시목이 뭐가 있을까 싶다. 사실 재미로 했겠지만 병건에게서 뭐가 나오면 얼마나 갑질할까 그게 궁금하다. 병건은 저희가 최고의 세팅을 한 캐릭터다. 참 검사고, 집도 부자고 부인도 부자다. 서울대 초엘리트다. 엄청난 세팅이 되어 있는 깨끗한 검사다.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만약 동재가 아니라면 그 역할을 해보고 싶을 것 같다. 물론 현봉식 배우만큼 못한다. 정말 찰떡으로 했다. 배우가 아닌 인간 이준혁으로는 가성비 좋은 역할이 탐난다."

- 적게 나오는데 큰 임팩트를 주는 역할이 굉장히 어렵지 않나?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 저는 어릴 때부터 주인공보다는 그런 임팩트를 주는 인물을 더 좋아했다. 이건 진짜 제 취향이다."

- 그럼 '비밀의 숲' 시즌2가 특별출연이라서 혹시 그런 임팩트, 가성비를 기대한 것도 있었나?

"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캐릭터인지 몰랐다. 대사가 엄청 많다. 따지고 보면 임팩트가 있었던 건데, '365' 찍으면서 이틀 밤새고 아침에 '비밀의 숲 2' 찍고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 현장 가서 조승우 형에게 "너무 힘들어"라고 하면 형은 "엄살 피우지 마"라고 하곤 했다."

- 연기 말고 다른 걸 할 때도 가성비를 많이 생각하는 편인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저는 연기가 좋은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면 영화 얘기밖에 안 한다. 그런 걸 보면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사실 전 남의 것 볼 때가 더 재미있는데, 생각해보면 내 것이 없다면 남의 것을 보는 것이 덜 재미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결국 다른 작품을 보고 내가 영향을 받고 싶고, 그런 다음에 내 작품에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이 훨씬 재미있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재미를 만드는 것이 더 많았으면 좋겠기도 해서 시간 없는 것이 억울하고 잠을 못 자겠다. 저는 게임도 좋아하니까, 우리나라에 나오는 건 거의 다 있다. 그것도 똑같이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플레이를 잘하고 싶은 관심보다는 스토리나 어떤 재미있는 부분에서 영향을 계속 받고 그걸 어디서 표현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요즘 영화도 보고 싶은데 많이 못 본다. 그래서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건 시간을 사고 싶은 거다."

- 최근 들어 작품을 연달아 계속 촬영을 하지 않았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엄청난 스트레스다. 몸에 무리가 가서 지금 취미는 재활이다. 어깨가 나갔다. 재활은 진짜 재미있다. 치료받고 운동까지 하는데, 사회에서 박수받는 일이 어렵지 않나. 그런데 재활을 하면 어깨만 올려도 박수를 받는다. 내 몸을 위한 것이다 보니 재미있고, 추천한다. 재활 신봉자가 됐다. 몇 년간 계속할 생각이다."

- '서울의 봄' 특별출연은 임팩트 면에서는 가성비 좋은 역할이지 않았나?

"분량 자체가 워낙 적긴 했는데, 그거랑 상관없이 레전드를 만나러 가는 거였다. 그 느낌이 너무 다르더라. 김성수 감독님, 정우성 선배님이 계시고, 진짜 영화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예전에 친구와 '무사' 개봉하면 제일 먼저 보러 가야지 하면서 본 기억이 있다. 정우성 선배님 목소리를 컬러링으로 해놓기도 했다. 완전 다른 느낌이었고, 어떤 역할이든 다 한다고 했다. 로망이었다."

- 이수연 작가가 연기, 노력은 물론이고 미모 칭찬까지 하면서 애정을 듬뿍 드러냈는데, 이번에 작업하면서 이수연 작가에 대해 또 한 번 놀랐다 하는 점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말 프로라고 느꼈다. 담백하시다. 황시목 같다. 기복이 없고 완전 다 수용해주신다. 마음이 열려 있다. 유머 감각도 너무 좋으시고 건강한 느낌, 든든한 느낌을 받았다. 되게 힘든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니까 그냥 글 쓴다"하는 느낌이다. 그런 것이 부럽고 좋았다."

- 이 드라마의 목표치는 무엇이었나?

"신마다 있고, 매일 있기도 하고 전체로도 있다. 기본적으로 저는 마니아들이 찾는 식당 같은 드라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있는지 모르겠지만 고수 덮밥이나 두리안, 강한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일반 방송국에서는 잘 보기 힘든 맛이지 않나 싶다. 마니아들이 좀 생긴 것 같다. 나랑 같은 입맛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따뜻함, 안도감이 드는 드라마다."

-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서동재가 약간 좋은 느낌이 나는 건 맞는 것 같다. 저는 그 포인트를 황시목이 완성해준다고 본다. 동재를 놓아줬던 건 이 사람이 모든 걸 청소하지만, 재활용할 줄 안다는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밀의 숲' 전체를 다시 완성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전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정말 황시목을 보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황시목이 있고, 그 사람의 의지가 이렇게 실현되지 않았나 넓게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 전체적으로 서동재를 봤을 때 현실에 잘 적응하는 기회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동의하는 편인가?

"완전히 동의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의를 가지고만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엔 버스에 담배 재떨이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변한 거다. 동재는 그런 것에서 굉장히 기민한 사람이다. 그래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동재가 봤던 세상은 그렇게 살아야지만 살 수 있었을 거다. 그래서 이창준(유재명 분)이 바꾸려고 한 거다. 동재는 학벌도 없고, 열심히 해야 살아갈 수 있다. 삶의 의지가 강하다.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아는 영리한 애라 좋은 길로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그렇게 해서 '동재'만의 색깔이 담겼는데, 만약 시즌2가 만들어지면 또 참여할 의향이 있나?

"저는 고용되는 사람이다. 시청자들의 바람이 훨씬 커야 가능하다. 또 이수연 작가님의 허락도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혹시 만약에 또 하게 된다면 장르 자체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만약 서동재가 시즌2로 돌아오면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

"말을 못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말을 할까 말까 하다가 엔딩에 갑자기 중요한 말 한마디를 하는 거다. 시즌2를 한다면, 예측을 깨는 포인트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같은 베이스라면 재미없고,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동재'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동재' 덕분에 나의 독특한 개그감이 통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고맙다. 독특한 취향을 공유하게 해준 캐릭터다."

- 팬들이 엄청나게 원했던 로맨스 드라마인 SBS '나의 완벽한 비서' 공개를 앞두고 있다. 기대 포인트를 들려준다면?

"제 팬분들이라면 제 커리어를 쭉 봤을 때 또라이들만 가득 차 있다고 느끼실 텐데, 제 커리어에서 큰 변주라고 느꼈다. 저는 독특한 걸 좋아해서 계속 했는데 그래서 필모그래피에선 독특하지 않은 거다. 오히려 로맨스가 독특하다. 피, 시체도 없고 이상한 사람도 아니다. 살인 사건도, 폭력도 없다. 저에겐 너무 독특한 세계같이 느껴진다. 그런 세계에서 연기하는 저를 보는 독특함이 있지 않을까. 문득 신기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