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이현우와 방민아의 새 얼굴은 반갑고, 스릴러퀸 문정희의 ‘명불허전’ 연기력은 소름 그 자체다. 캐릭터를 제대로 입은 세 배우의 열연으로 현실 공포가 더욱 극대화된 '원정빌라'다.
'원정빌라'(감독 김선국)는 교외의 오래된 빌라, 어느 날 불법 전단지가 배포된 후 이로 인해 꺼림칙하게 된 이웃들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현실 공포 영화다.
교외에 위치한 오래된 다세대 주택 원정빌라 203호에 사는 주현(이현우 분)은 아픈 어머니와 조카를 돌보며 은행 경비 일과 공인중개사 시험을 병행하는 청년이다. 순한 성격의 그는 빌라에 온 날부터 이기적이고 무례한 위층 303호 여자 신혜(문정희 분)와 주차 문제로 실랑이를 한다. 남편이 늘 주차를 하던 자리라 자신이 맡아 놓고 있다는 것. 남의 사정은 생각도 안 하고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 층간소음 문제까지 생긴다. 주현은 아픈 어머니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 달라고 하지만 신혜는 주의는 주는데 남자아이라 그게 안 된다며 문을 쾅 닫아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주현은 303호 우편함에 불법 전단지를 꽂아 넣는 소심한 복수를 한다. 그 전단지는 이단으로 알려진 교회 홍보용. 이는 신혜의 광기를 건드리는 도화선이 되어 이웃은 물론 주현의 가족까지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초청 상영 전회 매진을 기록한 '원정빌라'는 김선국 감독의 첫 장면 영화로, 부산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
영화는 도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은 빌라를 배경으로 주차 문제, 층간소음, 재개발 등 현실에서 종종 일어나는 사건을 잘 버무려 공감을 높였다. 특히 주현과 현우의 갈등이 도드라지는 주차와 층간소음 문제는 뉴스 사회면에서도 자주 등장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는 일이라 극 초반부터 마치 내 일인 듯 몰입도가 확 높아진다.
그러다 주현이 마주한 사이비 종교 전단지를 시작으로 달라져 가는 빌라 사람들의 이면은 그 자체로 소름을 유발한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접근하는 신혜다. 그간 인상을 구기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던 신혜가 웃으면서 다가오는데 그 속은 전혀 알 수 없다. 미소를 싹 지울 때 언뜻 보이는 싸늘한 눈빛과 표정은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더 큰 공포를 유발한다.
이런 신혜를 시작으로 원정빌라 사람들은 완전히 달라진다. 절대 교회에 나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던 엄마까지 주현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 최선을 다했던 직장에서까지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주현은 사면초가 상태에 직면한다. '현실 공포'라는 카피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나의 일상이 한순간에 뒤틀리고,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 이게 공포가 아니면 무얼까.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이미 '숨바꼭질'로 절대 잊을 수 없는, 극한의 스릴러를 관객들에게 선사한 바 있는 문정희는 현실에 찌든 이기적인 엄마부터 너무나 무서운 광신도까지, 존재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며 극을 장악한다. 아픈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엄마의 극한 선택까지도, 문정희의 연기가 있어서 설득된다.
문정희가 '명불허전'이라면, 이현우와 방민아는 새로운 얼굴로 반가움을 더한다. 내면에 분노와 아픔이 있다고 느꼈다는 김선국 감독의 말처럼, 이현우는 가족을 지켜야 하는 가장과 건실한 청년의 모습 속 어딘가 예민하고 버석한 얼굴을 드러내 현실감을 높인다. 무조건 악에 맞서는 착한 인물이 아니라 더 공감된다. 어느새 30대가 된 이현우는 이전보다 더 묵직하고 깊어진 표현력으로 극을 안정감 있게 지탱한다.
방민아도 그간의 밝고 통통 튀는 이미지를 벗고 미스터리를 극대화한다. 어딘가 낯선 얼굴에 "진짜 방민아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해 끝까지 스릴을 끌어올리는 방민아의 존재감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12월 4일 개봉. 러닝타임 86분. 15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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