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올겨울 '1승'이 짜릿한 강스파이크를 날린다. 스포츠 영화의 감동과 재미를 살리며 심장을 제대로 울린다. 내 인생의 1승은 무언가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도 찾아온다. 여기에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 등 배우들이 완성한 연기 앙상블과 스포츠 영화다운 쫄깃한 긴장감이 극을 가득 메운다.
'1승'(감독 신연식)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도자 생활 평균 승률 10% 미만. 파직, 파면, 파산, 퇴출, 이혼까지 인생에서도 '패배' 그랜드슬램을 달성 중인 배구선수 출신 감독 김우진(송강호 분)은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에이스 선수의 이적으로 이른바 '떨거지' 선수들만 남은 팀 '핑크스톰'은 새로운 구단주 정원(박정민 분)의 등장으로 간신히 살아나지만 실력도, 팀워크도 이미 해체 직전 상태. 그 와중에 막장, 신파는 옵션, 루저들의 성장 서사에 꽂힌 정원은 '핑크스톰'이 딱 한 번이라도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건다.
이에 모두가 주목하는 구단이 됐지만 핑크스톰은 압도적인 연패 행진을 이어간다. 패배가 익숙했던 우진도 점점 울화통이 치밀고, 경험도 가능성도 없는 선수들과 함께 단 한 번만이라도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제목처럼 배구에서 단 1승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문제 많은 오합지졸을 모아서 한 팀을 완성하고, 승리를 위해 함께 달려가는 그림은 지금껏 봐왔던 스포츠 영화의 전형을 따른다. 그럼에도 '1승'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역시나 배구라는 소재를 처음으로, 그것도 아주 영리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그간 축구, 농구 심지어 스키점프까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배구는 이번 '1승'이 처음이다.
그만큼 배구가 영화로 다뤄지기 까다롭고 어렵다는 의미. '동주', '거미집'의 각본을 쓰고, '삼식이 삼촌'으로 시리즈에 도전한 신연식 감독은 꽤 오랜 시간 '1승'을 준비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배구를 알리고자 하는 염원으로 함께 해준 배구인들의 힘이 컸다고. 그 덕분에 더욱 리얼하면서도 재미있는 배구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고, 김연경과 김세진, 신진식, 이숙자, 한유미 등 배구인들이 특별출연해 극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1승'의 명장면은 역시나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배구 경기다. 끝없이 이어지는 랠리는 진짜 배구 경기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긴장감과 눈 뗄 수 없는 박진감을 전하는데, 그 끝에는 송강호의 연기로 살아난 코믹함이 존재한다. 경기의 스펙터클함과 영화적 장치, 코믹함을 적절하게 섞어낸 연출이 눈에 띈다. 김우진 감독의 과거 장면을 만화로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다.
'핑크스톰' 선수단 배우들의 호연도 놀랍다. 실제 배구선수가 있기는 하지만 배우부터 모델까지, 배구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많음에도 실제 경기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배구 실력을 보여준다. 이들이 얼마나 호된 훈련을 거치며 '1승'을 완성했을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더욱 1승에 대한 목마름이 간절하게 다가와 끝까지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송강호는 오랜만에 밝은 캐릭터로 돌아와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터트린다. 인간적인 배구 감독으로 변모해 가슴 따뜻한 응원과 격려로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박정민과 장윤주는 특유의 쾌활한 에너지와 웃음 코드를 극에 가득 담아냈다.
어쩌면 이들의 1승은 우연일 수도 있고, 다시는 못 만날 기적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1승이 누군가에겐 좋은 거름이 되어 앞으로 더 예쁜 꽃을 피우고, 더 실한 열매를 맺게 할 수 있지 않을까. 1승이 2승이 되고, 100승이 되고, 1000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1승'은 이 같은 희망을 담백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과하지 않게 웃기고 심장을 뜨끈하게 만든다. 오합지졸 선수들의 벅찬 승리에 몽글몽글해지는 마음 따라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되는, 기분 좋은 영화 '1승'이다.
12월 4일 개봉. 러닝타임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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