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넷플릭스 새 예능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는 승리의 영광을 위해 온 몸을 던지며 필사의 전진을 이어가는 럭비 선수들의 진짜 승부를 보여주는 스포츠 서바이벌 예능이다. '최강야구', '강철부대', '도시어부' 등을 통해 진정성 있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장시원 PD와 '피지컬: 100',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등을 통해 전 세계 K-서바이벌 열풍을 이끈 넷플릭스가 손을 잡았다.
장시원 PD는 19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조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생생하기 전하기 위한 노력을 전하면서, '최강럭비'와 한국 럭비에 대한 관심도 함께 당부했다. 아래는 장시원 PD 일문일답 전문이다.
◇'최강럭비' 공개 이후 주변 반응은?
냉정한 지인들도 재밌다고 한다. 이수근과 김준현, '도시어부' 멤버들이 밤에 갑자기 연락해서 '재밌다'고 말해주더라.
◇많은 스포츠 종목 중 비인기, 비인지 종목인 럭비를 선택한 이유는?
일본 여행 갔다가 삿포로 설원을 보던 중 피를 흘리며 싸우는 전투가 떠올랐다. 설원에서의 전투, 피가 뿌려진 설원이 떠올랐다. 한국 돌아와서 럭비를 실제로 보러 갔는데 너무 재밌더라. 럭비를 생전 처음 봤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한 경기를 마지막 경기처럼, 다섯 명이 실려나가는 모습을 보는데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 경기에는 상금도 없다. 의문이 계속 들면서 그 모습이 매우 순수하게 느껴졌다. 돈을 떠나서 오늘 경기가 마지막인 것처럼 몸으로 때려박는 모습이 신선했고, 뼈와 뼈가 부딪히는 소리가 이들 세계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더라. 럭비 자체가 재밌었다.
◇8강전 고대 VS 한전 경기가 화제였다. 고대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부딪히려 하더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데도 한 번 더 때려박으라고 하는 남자의 자존심이라고 해야 하나. '부끄럽게 들어가지 말자'는 그 모습에서 감동이 있었다. 점수차에 상관 없이 얕잡아 보이기 싫어 하는 그 울컥함이 있었다. '왜 저러고 있나'라는 처음의 의문들이 경기를 하면 할수록 조금씩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럭비 예능이었을 때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 넷플릭스 산업상 흥행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했을텐데.
나와 함께 하는 제작진은 경기를 직관하고 다 같은 감정을 느꼈다. 제도화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이 과정에서 더 빠져드는 게 있었다. 길게 (제작진을) 설득하진 않았다. 비인지스포츠고 관심을 안 갖는 종목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심각하게 토론하거나 하진 않았다.
◇MC나 전문 성우가 나오지 않고 직접 나와서 설명하고 진행한 이유는?
비용 절감 아니다. 넷플릭스 그렇게 가난하지 않다. 대회를 주최한 사람 입장에서 얘기한거다. MC 진행보다는 주최자의 등장이 더 진실되다고 생각했다. MC를 투입하겠다는 생각은 안했던 것 같다.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그 사운드들을 어떻게 수음하려 했나.
내가 직관을 하며 받은 청각적 충격을 넣어야 하니까, 개인 특수 마이크를 몸에 맞게 다 제작했다. 그라운드에도 마이크를 깔아서 소리를 잡으려고 했다. 현장에서 들리는 뼛소리(뼈와 뼈가 부딪히는 소리)를 다 땄다. 제일 힘들었다. 선수들도 마이크를 차고 경기한 적이 없으니까 최대한 작게 제작하려 했다. 정말 소름이 끼치는 소리들을 다 담았다.
◇'럭비를 사람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없었나.
뭘 하든 다 두렵긴 한데 '최강야구' 할 때도 똑같은 소리 들었다. '야구로 되겠어?' '낚시로 되겠어?' 하는 말 많이 들었다. 너무 많이 들으면 두려움이 커져서 못한다. 첫 감정을 가져가려고 스스로 많이 생각했다.
◇홀수인 7팀을 섭외한 이유는? 섭외 과정에서 대학, 실업팀들의 애로사항은 없었나.
7팀 선정 기준은 '게임이 되고 수준이 되는 팀'이었다. 또 럭비 자체를 다룬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은 고마워 해주셨지만, 대학교 허락을 맡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실업팀의 경우엔 '부상을 당하면 어떡하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부상은 전적으로 우리가 책임진다고 하며 설득했다.
◇룰 변경 역시 부상 방지를 염두에 두고 결정한 사안인가.
남자들이 한 번 붙기 시작하니까 본게임을 못할 정도더라. 본게임 들어갔을 때 정작 럭비를 못 보여주면 안 될 것 같아서 현장에서 변경을 했다. 사생결단으로 하더라.
◇강우기를 사용한 수중전이 화제였다.
첫 경기를 설원에서 하려고 했다. 강원도 답사도 다 갔었다. 그런데 이것도 너무 다칠 것 같더라. 선수들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원래라면 설원전 수중전 원게임 이렇게 세 개 하려고 했다. 그림은 너무 예쁠 것 같았는데, 많이 다칠 것 같아서 뺐다.
◇럭비라는 주제를 다룰 때의 어려움은?
럭비 룰이 너무 많다. 허들이 너무 높더라. 럭비를 미식축구로 아는 분들도 있다. 룰을 몰라도 볼 수 있게 만들자는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일단 럭비를 인지하는게 가장 중요했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에게 '볼이 네 개면 왜 1루로 가는거야?'를 설명하긴 어렵지 않나. 럭비도 마찬가지로 엄청 복잡하다. 일단 볼 수 있게 하는게 중요하고, 그래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낚시 럭비 등 주목하지 않는 종목을 선택하는 이유는?
나는 심심함을 많이 느낀다. 심심함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모르는 세계를 계속 탐험한다. 낚시도 하나도 몰랐는데 낚시인들의 세계가 궁금했다. 낚시인들끼리 낚시하는 걸 보고 있으면 재밌고 안 심심하더라. 내가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면 그렇다. '강철부대' 할 때도 군인들이 막 타이어를 굴린다. 그들은 그게 진심이다. 부대의 명예를 거는 것이다. 그 모습이 재밌다. '최강야구'에서도 야구인들의 세계, 영건들 혹은 레전드의 세계가 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심심함이 많이 없어진다. 럭비 역시 그들의 세계를 조명하고 싶었고 리스펙 하는 부분이 있다. 특별히 주목 안 받는 세계만 찾아다니는 건 아니다. 나도 연애 프로그램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강철연애', '도시연애' 같은.
◇카메라를 140대 놓고 촬영한다고 들었다. 방송에 싣지 못한 아까운 화면도 많을 것인데.
아까운 화면도 있지만 내게 중요한 건 순간을 잡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그 순간, 한 컷이 중요하다. 분량이 많다고 해서 다 필요한 건 아니다.
◇출연진들과 관련한 에피소드는?
비속어 많이 나온다는 점? 몸끼리 부딪힌다는 건 감정선이 극한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비속어가) 있다. 그것도 하나의 감정 표현이라 대부분 다 (방송에) 나갔다.
◇시즌2 가능성은 어떻게 되나. 또 전문 성우 및 MC의 투입 가능성은 어떻게 되나.
시즌2 얘기는 아직 들은 바 없다. 의견은 잘 참고 하겠다.
◇'최강럭비'와 관련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시국이 그렇긴 한데…. 갈수록 더욱 더 흥미진진해지고 더욱 몰입을 주는 편이 주루룩 나온다. 몰입을 위해 그동안 설명이 많았다면, 이제 남은 편수가 더 나가면 (반응이 더 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해외 반응이나 해외 피드백이 있다면?
'최강럭비'는 해외를 위해 만든 게 아니다. 국내 시청자가 1번이다. 해외를 타깃으로 만들면 이렇게 안 만들었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세계적 플랫폼이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을 위해 제작했다. 글로벌 타깃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대한민국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럭비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최강야구'가 스포츠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산업적으로 스포츠 팬덤과 방송을 결합하며 새로운 가치 창출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강야구'의 성공 가도를 보는 입장은 어떤가.
한 경기 한 경기가 기적이다. 뿌듯하다. 뭔가를 아무리 좋아해도 내 돈을 내기 쉽지 않다. 나도 롯데 자이언츠 팬이지만 굿즈 잘 안 산단 말이다. 그런데 돈 내고 직관 와서 보는 것, 또 그 분들이 남녀노소 다 모여있다. 가족들이 돈 내고 와서 누군가를 응원하는 걸 보면 벅차다.
◇정용검 아나운서와의 호흡은 날로 좋아지고 있다.
정용검에겐 몰입감이 있다. 본인이 이 경기에 빠진다. 가장 큰 장점이다. 본인이 이 경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힘이 있다. 그래서 '최강야구'로 데려왔다. 프로 아나운서임에도 목소리 안에 진심과 아마추어리즘이 있다. 아마추어가 주는 감동을 잘 전한다. 얼마나 우리를 몰입시킬 수 있는가, 그건 내가 아는 사람 중 첫 번째다.
◇'최강럭비'는 예능이지만 웃음 포인트 보다는 진심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강철부대', '최강럭비'는 모두 예능이지만, 그들 모두 뭔가를 진심으로 하고 있다. 예능이라 웃음을 주면서도 감동을 주는, 그런 톤을 만들어 내는게 참 어렵다. '최강럭비'는 예능보다는 럭비에 좀 더 많이 치중돼 있다. 럭비라는 걸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캐릭터를 좀 더 살렸으면 좋았겠지만, 그걸 다 살렸으면 럭비를 보여주기 힘들었을 것 같다.
◇낚시 군대 럭비 등 남자들의 이야기를 자주 다룬다. 타깃 시청자가 남자인가.
해외 타깃 하지 않고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정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치밀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그런 것 생각 안 한다. 그냥 남녀노소 재밌게 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타깃을 잡는 게 가능한가. 어떻게 만드는 지 잘 모르겠다. 내가 끌리고 궁금한 세계를 파는 것 뿐이다.
◇다음 작품으로 기획 중인 게 있다면?
고민하고 있는 게 있는데 아직 말씀드릴 순 없다. 조금 더 혁신이 되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있다. 물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건데. 하하. 잘 안 되면 '죄송합니다' 하는 거고. 자기에 대한 믿음을 가지면서 하고 싶다. 그 기회가 언제까지 주어질 진 모르겠지만.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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