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배우 송중기가 영화 '보고타'에서 19세 소년부터 30대 청년까지의 얼굴을 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인터뷰로 만난 송중기는 "외적으로 가장 신경을 쓴 건 보고타 현지에서 막 적응한 국희의 모습이었다"라며 "머리를 밀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결국 짧게 머리를 자르고 귀걸이를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송중기는 콜롬비아 현지 타투업체에서 직접 귀를 뚫기도 했다.
송중기는 "귀걸이를 한 채 액션을 촬영하다 귀가 찢어지기도 했다"면서 "빨간색 바지에 파란색 티셔츠를 처음 봤을땐 '우와, 색깔이 막~'이라면서 놀랐는데 콜롬비아 현지를 가니 (그런 패션이) 말이 되더라. 내가 '과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게 오히려 맞았다"고 밝혀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보고타'에서 송중기는 IMF 이후 가족과 함께 도망치듯 콜롬비아 보고타로 떠나온 뒤,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 박병장 밑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일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국희 역을 맡았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낯선 땅에 처음 도착한 소년의 모습부터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30대 청년의 모습까지, 캐릭터의 폭넓은 인생을 연기한다.
송중기는 "국희가 왜 이렇게 급발진을 하는지 (계기가) 확실해야 했는데, 감사하게도 그 명분을 아버지(김종수 분)가 만들어줬다"면서 "아빠는 무책임하고 엄마는 무기력했다. 기댈 데 없는, 말도 안통하고 경제능력도 없는 꼬맹이가 살아남으려고, 스스로 돌봐야 한다는 생존본능이 생겼겠구나 싶더라"라고 국희 캐릭터를 설명했다.
"국희의 영어이름은 쿠키였죠. 현지 스태프들도 저를 쿠키라고 불렀어요. 극중 현지 배우가 '쿠키 앤 크림'으로 놀리는 장면은 실제 들었던 농담을 대사화 한거에요. 하지만 그 안에는 바퀴벌레라는 뜻의 '라쿠카라차'와 비슷한 어감으로, 일부 비아냥 거리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국희가 한국의 옛날 이름 같아서 시대배경과 잘 맞는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영화는 좁디 좁은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권력과 암투가 그려진다. 이들은 한국 광장시장에서 의류를 밀수해 와 보고타에서 판매한다. 관계가 촘촘한 만큼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송중기는 "이들이 욕망의 지옥에 갇힌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더 넓은 세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미 안주해버려서, 다른 세계에 가는 것이 두려워서, 두려움을 이야기하면 약해보이니까 강한 척을 하며 사는 게 아닐까"라고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영화의 배경은 콜롬비아 보고타지만 그 장소가 어디건 간에 시야가 좁아지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평소 그런 우려가 많아서 도전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물론 뻔히 성공이 예상된 작품을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고여있는 게 두렵기도 해요. 아마도 제 안에는 농경민의 성향과 유목민의 성향이 모두 있는 것 같아요. 심심한 건 못참겠어요.(웃음)"
한편 송중기의 새로운 도전이 돋보이는 영화 '보고타'는 31일 개봉한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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