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배우 박규영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에서 선보인 역할은 '핑크 가드' 그 이상이었다. 그동안 조명받지 않았던 핑크 가드의 서사를 풀어내면서 '오징어게임2'의 새로운 세계관을 열었기 때문이다. 박규영은 군인 출신의 탈북민이자 오징어게임의 진행 요원 노을로 분해 강단 있으면서도 내면의 죄책감과 슬픔을 간직한 연기로 글로벌 호평을 이끌어냈다.
박규영은 3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오징어게임2' 인터뷰를 통해 "전세계 1위 소식이 너무 신기하고, 처음 경험하는 이같은 수치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출연 소감을 밝혔다. 아래는 박규영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오징어게임2'에 합류한 소감은?
시즌1이 정말 역대급으로 큰 성공을 거둔 시리즈이지 않나. 나는 많은 배우와 스태프의 노고에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다. 무조건적으로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부담스럽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그것보다 '이야기를 어떻게 소화해야할까'가 더 큰 고민거리였다.
◇'오징어게임2'의 파급력이 상당하다.
전세계 1위라는 소식이 너무 신기하다. 이정도 수치는 처음 경험해보는지라 실감은 안 나는데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프로모션 단계부터 더 흥미롭고 규모 있었는데, 그걸 경험한다는 게 신기하고 새로웠다.
◇처음부터 핑크 가드 역할을 제안 받았나.
이 역할을 제안받은 건 아니다. 두 번의 오디션을 봐서 참여하게 됐다. 대본을 보고 나서 내 역할이 핑크 가드인 걸 알게 됐다. 참가자 역할도 흥미롭고 하고 싶었지만, 가면의 역할로서 새로운 세계관을 설명할 수 있다고 느껴져서 기대가 많이 됐다. 이야기의 새로운 줄기를 설명할 기회였다고 생각해 더 감사했다.
◇노을 캐릭터의 어떤 부분을 고민했나.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내 분량 속에서 내 서사나 정서를 시청자가 잘 이해하게끔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고민했다.
◇참가자들과 촬영이 거의 겹치지 않았고 핑크 가드 사이에서도 따돌림 당한 역할이었다. 연기하며 외롭지 않았나.
그렇다. 많은 부분 혼자 촬영해서 찍으면서 외로웠다. 주변에서 '(배우들과) 친해졌냐?' 물어봐주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그냥 재밌다고 대답했다. 나도 게임장에서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대기실에서 만나서 인사를 나눈 정도다.
◇얼굴 가리고 촬영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
핑크 슈트 안에 있으면 잘 안보이고 잘 안 들렸다. 그래서 볼륨 문제는 좀 크게 얘기하거나 후시 녹음으로 명확하게 처리했다. 그래도 핑크 슈트를 입는 건 재밌고 신났다.
◇총기를 사용해야 했는데.
총기 사용은 처음이었다. 액션스쿨 다니면서 활용법을 배웠다. 현장에도 지도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견착과 호흡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웠다.
◇참가자들을 죄책감 없이 죽이는 강노을, 캐릭터 연구를 어떻게 했나.
노을은 삶에 의지가 북에 놓고 온 아이 하나 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차피 죽을 목숨들을 다른 데 쓰는게 뭐가 문제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캐릭터를 연구하며 '인간이 지켜야 하는 윤리적인 죽음은 무엇인가', '인간 대 인간으로 지켜야 하는 게 무엇인가' 생각했다.
◇노을이 경석(이진욱 분)을 게임장에서 발견했을 때, 어떤 기분으로 연기했나.
노을은 딸을 찾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사는 사람인데, 경석의 아이 나연을 보면서 '내 딸이 있었다면 이 정도로 커 있을까?' 생각했다. 나연을 보며 딸을 떠올린 적 많았기 때문에 연기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원래 대본에는 없었지만 병원에 있는 나연을 보러 가서 살짝 터치하는 부분을 넣었고, 토끼 인형과 나연이 손잡고 있는 그림을 소품으로 요청하며 연기했다.
◇시즌1에도 탈북민 캐릭터 새벽이 있었고, 시즌2에는 탈북한 지 수 년 된 캐릭터 노을이 있다. 같지만 다른 탈북민 연기에 있어 차별점 둔 부분은?
노을은 7년간 한국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연기했다. 새벽과 비교해서 준비하기보다는, 내가 맡은 노을의 역할이 너무 명확해서 그걸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새벽 역할의 정호연과 같은 소속사인데, 대본 비밀 유지를 위해 어떻게 캐릭터를 연기해야 할지 물어볼 수도 없었다.
◇박규영은 이미 원톱 주연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2'에서 오디션을 두 차례나 보는 등 출연 의지가 강해보인다.
전세계적 사랑을 받은 시리즈에 어떤 역할이든 출연하게 되는건 연기자 인생에 몇 번 없는 기회다.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오디션 볼 수 있다면 그것조차 감사했다. 출연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핑크 가드로서 연기해본 소감은?
시즌1을 볼 땐 핑크 가드에 대한 의문을 품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2에 합류하면서 비로소 그들의 정서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숨겨진 큰 줄기가 있었구나', '설명되지 않은 세계관이 있었구나' 생각했고 그걸 설명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했다.
◇노을이 이 게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사는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인생에 거는 마지막 기대라 생각했다. 노을이 차에서 사는 건 돈이 너무 없어서가 아니라 집에서 살 자격조차 없는 인물이라 스스로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인을 어둠으로 몰아넣으며 사는 인물이 작은 생명에 마지막 기대를 건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다 뒤로 하고 게임 속으로 다시 한 번 던져넣는 감정이었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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