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 가요계는 소중한 두 뮤지션을 잃었다.
87년 11월1일 새벽 가수 유재하가 교통사고로 25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고, 90년 같은 날 김현식(당시 32세)이 지병인 간경화로 숨졌다. 잊기에는 너무나 큰 흔적을 남긴 두 사람의 발자취를 더듬어봤다.
◆유재하, 25살에 요절한 천재 뮤지션
유재하는 62년 6월6일 경상북도 안동에서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81년 한양대학교작곡과에 입학했고 84년에 그룹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과 김현식과 그룹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활동하며 천재뮤지션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87년 1집 앨범이자 유작앨범인 '사랑하기 때문에' 를 발표했다.
86년 자신의 음반을 발표하기 위해 한 음반사로 악보를 가져왔을때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완벽한 관현악보로 작사 작곡에 편곡까지 되어있었고 드럼과 베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연주까지 혼자 다 소화해낼 정도. 그야말로 천재 뮤지션이었다.
또 앨범에 담긴 5곡의 노래는 유재하가 당시 사랑했던 한 여인과의 러브스토리로 그녀를 쫓아다닐 무렵에는 '그내 내품에', 사랑이 이뤄진 순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이 진행될 무렵에는 '그대와 영원히'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다 .
뿐만 아니라 그의 곡 '우울한 편지'는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용의자를 암시하는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그의 음악이 새롭게 조명을 받기도 했다.
스물다섯해라는 짧은 삶에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겼지만 '발라드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후배 뮤지션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그를 기리는 음악대회는 89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1회 대상 조규찬, 2회 대상 고찬용(낯선 사람들), 동상 박영열(일기예보), 3회 은상 강현민(일기예보), 4회 대상 유희열(토이), 은상 심현보(작곡가, 아일랜드), 5회 은상 이승환(story), 동상 이한철(불독맨션), 7회 대상 나원주, 8회 대상 정지찬에서 16회 스윗소로우까지 대중음악계를 이끌어갈 많은 뮤지션들을 배출해냈다.
꾸준히 이어오던 이 대회는 지난해 자금사정 악화로 가요제를 개최하지 못했다. 이에 한양대 총학생회와 유재하의 지인들 그리고 가요제 출신 가수들이 모두 뭉쳐 기금마련 콘서트를 열었다. 유재하를 기억하는 뮤지션들의 정성과 SK커뮤니케이션즈의 협찬으로 오는 4일 이 대회는 2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김현식, 지워지지 않는 '당신의 모습'
유재하를 떠나 보내고 꼭 2년 후인 1990년 11월1일 김현식이 지병인 간경화로 숨졌다.
58년 1월7일 서울에서 출생한 김현식은 180cm의 키에 71kg의 몸무게로 건장한 체구였다. 명지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정성조와 메저스' '들개바람' '신촌블루스'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했다. 고등학교 밴드부 시절 선배들 몰래 트럼펫을 불다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을 하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고집이 있는 뮤지션이었다.
32세였던 80년 1집 앨범인 '봄여름가을겨울'을 발매했다. 김현식은 토해내는 듯한 거친 창법으로 부드러운 발라드 일색이었던 당시 가요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블루스와 솔 창법을 한국적인 소리로 탈바꿈시킨 이 창법은 후배 가수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룹 '봄여름가을겨울'과 함께 했던 '비처럼 음악처럼'은 이미 하나의 고전이 되어버렸고 권인하, 강인원과 호흡을 맞춘 '비오는날 수채화'로 대중적인 인기까지 거머쥐었다. 유재하의 곡 '가리워진 길'과 '그대 내 품에'을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으로 소화해냈고, '우리 처음 만난 날'이나 '추억 만들기', '언제나 그대 내 곁에'와 '사랑할 수 없어'는 많은 가요 팬들의 텅빈 마음을 달래줬다.
특히 간경화가 악화돼 입원했을 당시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 예정돼 있던 공연을 강행했던 일화는 무대를 향한 열정을 잘 보여준다.
경기도 분당 남서울공원묘지에 있는 그의 무덤에는 80년 데뷔앨범에 실린 '당신의 모습'의 노래 가사가 적혀있다. 죽어서도 노래와 함께하는 그의 집념이다.
/박은경기자 imit@ 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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