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축구 팀에서 골키퍼라는 포지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은 드물다.
골키퍼는 대체적으로 한 번 주전 자리를 잡으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골키퍼는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포지션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한 번 믿음을 받으면 그 믿음은 큰 실수나 부상이 없는 이상 잘 깨지지 않는다.
따라서 골키퍼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것은 주전 자리가 바뀔 때다. 골키퍼의 주전 교체는 웬만하면 벌어지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포지션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한국 골키퍼의 간판이었던 이운재가 경기력 논란을 일으키며 관심이 몰리기 시작했고, 대표팀 골키퍼 주전 자리가 이운재에서 정성룡으로 넘어갈 때 스포트라이트는 절정을 찍었다. 결국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는 정성룡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대표팀 부동의 골키퍼였던 이운재를 후배 정성룡이 뛰어 넘은 것이다. 정성룡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뜨거웠다. 정성룡은 남아공월드컵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이운재의 아성을 이어 받았다. 그 아성은 깨지지 않았고 이후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는 언제나 정성룡이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1년 앞둔 2013년. 골키퍼 포지션에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있다. 골키퍼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는 것은 골키퍼의 권력 구도에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승규라는 샛별의 등장. 이로 인해 정성룡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지금 홍명보호에서 가장 뜨거운 포지션은 골키퍼다. 정성룡이 아성을 지켜낼 것인가, 김승규가 정성룡으로부터 주전 장갑을 넘겨받을 것인가. 골키퍼 포지션 경쟁이 뜨겁다. 지난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김승규의 빼어난 활약이 정성룡 독주체제에서 정성룡-김승규 경쟁체제로 판세를 바꿔놓았다.
2010년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었던 정성룡. 이제는 처지가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2013년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10년이 도전자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정상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정성룡은 후배들의 기량발전과 비상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위상을 지켜낼 의지로 차 있다. 지금의 경쟁체제가 자신을 자극하고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 자신했다.
정성룡은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인 것 같다. 브라질로 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고 위기이기도 하다.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겠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많은 A매치가 있고 브라질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이어 정성룡은 "남아공 월드컵 때 골키퍼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중요한 때다.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2010년을 회상했다. 당시 정성룡이 어떻게 해서 이운재의 자리를 차지했는지, 또 이운재가 후배에게 길을 터주는 과정을 다시 떠올린 것이다.
정성룡만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다. 그렇기에 정성룡은 지금의 자리를 지켜낼 자신이 있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다시 도전자의 입장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후배의 등장. 정성룡은 모든 것을 걸고 후배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려 한다.
조이뉴스24 /파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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