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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버드 임대료 폭탄 견딘 수원, 광고-마케팅 권리 無 '한숨'


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상업권리 침해, 'K리그 규정 위반' 소지

[이성필기자] 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2013년까지 홈구장 수원월드컵경기장(애칭 빅버드) 입장수익의 무려 25%나 되는 살인적인 임대료를 (재)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하 월드컵재단)에 지급했다. 연간 9억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었다. 당시 전북 현대, 서울 등이 10~15% 수준의 임대료를 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었다.

수원이 월드컵재단에 지불하는 금액은 또 있었다. 매점 운영권을 관리재단이 갖고 있어 1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했다. 다른 비용 지불까지 포함하면 구단 1년 운영비의 10분의 1 가까운 금액에 해당한다. 당시 월드컵재단은 수원의 경기장 장기임대 요청에 연간 15~20억원의 임대료를 내라는 답을 했다. 또 경기장 명칭 사용권에 대해서도 15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경기장이나 매점 임대료가 오르면 입장권 가격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나마 프로야구 kt 위즈가 수원을 연고로 창단하는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붙었고 수원시 조례 수정을 통해 임대료가 25%에서 10%로 떨어졌다.

임대료가 절감되면서 수원 구단의 팬들에 대한 서비스가 나아질 것으로 보였다. 수원은 최신식 월드컵경기장을 임대하면서도 매점 먹거리, 화장실 편의 시설 등은 타 구장과 비교해 낙제점이었다. 월드컵재단 지분이 경기도 60%-수원시 40%라는 특수한 구조라 구단 자체 사업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수원도 잘 알고 있어 이해하면서 최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수원은 버티지 못했다. 임대료는 낮췄어도 경기장 밖 시설물 설치 비용까지 지급하는 등 철저한 '을'이었다. 구단 자체적인 마케팅은 고사하고 최근 벌어진 사건들로 구단이 팬들에게 뭇매를 맞으면서 참아왔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수원은 지난달 18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를 앞두고 관리재단에 월드컵경기장에서의 잔디 적응 훈련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관리재단은 외부 행사를 유치해 잔디를 보존하기는커녕 훼손에 앞장섰다. 경기 당일 잔디 착색제를 급히 뿌려 구멍이 난 잔디를 보수하는 땜질 처방을 했다.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 탓인지, 이날 수원은 0-1로 패배했다.

더 나아가 월드컵재단은 남쪽 관중석 전광판 하단에 LED 광고판 설치 작업에 돌입했다. 자신들이 직접 광고를 유치해 K리그 경기에 노출하겠다는 의도다. 이미 북쪽 관중석 2층 출입구에 현수막 형태로 한 치킨 회사의 광고를 유치해 K리그 경기에 무단 노출했다.

수원 역시 동종 업계의 후원사가 있다. 이 후원사는 2층 출입구의 광고를 본 뒤 구단에 권리를 침해 당했다고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ED에 어떤 광고 스폰서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수원은 2층 관중석을 대형 현수막으로 가리며 자생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고민이 깊어진다.

수원 구단은 "월드컵재단이 구단과는 상의 없이 독자적인 광고 영업을 하고 있다. 구단의 스폰서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최근 공사 중지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이 없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월드컵재단의 행동은 프로축구연맹 마케팅 규정 '제15조 기타 광고 설치'에 위반된다. 해당 규정에는 '①구단은 연맹이 지정한 이외의 광고 보드를 설치할 경우 연맹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연맹 계좌 수 및 보드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K리그를 관장하는 프로연맹과 경기를 진행하는 구단의 공식 스폰서를 제외한 제 3자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광고를 하게 될 경우 구단에 통보해야 하는데 월드컵재단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셈이다.

프로연맹은 월드컵재단의 행동은 분명한 권리 침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수원월드컵구장에서 K리그가 치러지기 때문에 월드컵재단도 있다는 것이다. 또, 방송 중계를 통해 스폰서가 노출이 되는데 불법적인 광고물 설치로 이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 경우 구단이 또 한 번 피해자가 된다. 마케팅 규정 위반 제재사항에 따라 구단이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2조 '유형별 제재' 중 ⑤항 '기타 위반에 따른 제재에 '구단은 상기 32조 이외 마케팅 규정을 위반하거나 이행하지 않아 연맹, 타 구단, 스폰서 등에 손해를 끼친 경우 연맹은 해당 구단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일은 월드컵재단이 벌이고 벌금은 수원 구단이 지급하게 생긴 것이다.

만약 대한축구협회 주관의 A매치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의 월드컵 예선, 챔피언스리그에서 월드컵재단이 임의로 광고 시설물을 운영하면 어떻게 될까. 마침 오는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미얀마전이 열린다. 월드컵 예선은 2차 예선까지 해당국 축구협회, 3차 예선부터 AFC 주관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100% 월드컵재단에 귀책사유가 있다. 마케팅 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위약금도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실제 월드컵재단은 A매치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기존 광고물을 모두 가려 축구협회와 AFC의 상업적 권리를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 축구협회 국제대회 승인 및 운영규정 제4장 상업적 권리 및 지원 등의 12조 상업적 권리 2항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협회가 관할하는 각급 축구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의 방송중계권, 대회 홍보 및 광고, A보드를 포함한 경기장 장식, 전광판 광고 및 경기장 프로모션, 후원사 선정, 사용구 및 음료공급, 유.무료 입장권의 발행 및 판매, 매점운영, 협회로고 및 선수 초상권의 사용, 라이센스 상품의 판매 등 일체의 상업적 권리와 관련하여 대회 신청자는 협회와 반드시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며, 협의에 따른 구체적 조건은 대회협약서에 이를 명기하여야 한다.'

수원 역시 K리그 경기를 주최하는 당당한 주체다. 구단은 매년 협약서에 독점적 마케팅 권리를 요구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구단과 K리그가 무시 당한 꼴이다. 이에 대해 월드컵재단 관계자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라면서도 "경기장 광고, 마케팅 권리는 재단에 있다"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원은 이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떠나 창단 당시 홈구장이었던 수원종합운동장으로 가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챌린지(2부리그) 수원FC가 홈 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내년 연간회원권 판매도 일시 중단했다. 수원은 이미 월드컵재단이 수 차례 그라운드를 훼손하는 행사 유치에도 참아왔다. K리그 최고 흥행구단이 홈구장 문제로 시름에 잠겼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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