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젝스키스의 '세글자'가 1위를 했다. 타블로가 만든 곡이다. '세글자'에 꾹꾹 눌러담은 진심이 팬들에, 대중에 통했다.
타블로가 데뷔한지 올해로 꼭 13년, 타블로의 이름으로 한국저작권음악협회에 등록된 음악만 309곡이다. 수치상으로 따지고 보면 일년에 평균 23.7곡을 작업했다. 히트곡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리고 올해도 그 작업은 계속 됐다. 과거에도, 그리고 오늘도 대중들과 참 부지런히 음악으로 '교감'하고 있는 뮤지션임을 증명하는 숫자다.
데뷔 13년, 화려한 숫자 뒤에는 시련의 나날도 있었다. 의도치 않은 공백기를 가졌고, 사람들이 던지는 돌에 상처도 입었다. 그러나 타블로는 다시 대중들 곁으로,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 곁으로 용기를 내서 돌아왔다.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받았고, 또 음악으로 사람들을 보듬으면서, 그 자리에서 음악을 하고 있다. 타블로의 13년은 그래서 더 대단하고 의미가 있다.
타블로는 "데뷔 13주년이라는 말에 감사함을 느낀다. '피곤하다' '힘들다'라는 말을 안 쓴 지 오래 됐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다는 건 더 놀라운 일이다. 모든 일들이 즐겁다"고 말했다. 타블로는 인터뷰 중에도 '감사'와 '기적'이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13년 간 309곡 작업…"'프로음악러'는 평생 못될 것 같아요"
타블로는 올해 외도 아닌 외도를 꽤 했다. 본업(?)인 에픽하이 새 앨범의 압박 속에 윤종신, 에릭남, 이하이, 젝스키스 등과 작업했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로 8년 만에 OST 작업도 했다. 치밀하게, 혹은 계산적으로 작업한 결과물은 아니다.
"사실 그동안 OST 작업을 많이 하지는 못했어요. '달의 연인' OST '오늘밤'은 이준기 씨와 인연 때문이에요. 저희 콘서트를 보러오기도 하시고, 친분이 있죠. 드라마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뭔가 크게 도움되는 건 아니겠지만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젝스키스는 워낙 오랫동안 준비를 했고, 다른 노래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 글자'가 타이틀이 될 줄 몰랐죠. 젝스키스 선배들이 '노래가 너무 좋다. 하고 싶다'고 해서 성공한 팬 같은 마음이었어요. 젝스키스의 팬이었던 입장으로서, 요즘 말로 하면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할까요. 선후배를 떠나 좋아하는 형들에게 뭔가를 해준다는 것도 기뻤죠. (양현석 대표가 '타블로가 젝스키스 팬들을 생각하며 가사를 쓰다 보니 혼자 눈물이 너무 나서 가사지가 물티슈가 됐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묻자) 팬들의 마음을 저 역시도 잘 아니까, 제가 2년 동안 앨범을 안 냈을 때 우리 팬들도 그런 마음이었겠다 싶어서 울컥했죠."
타블로는 데뷔 후 13년 동안 대중에 많은 음악을 들려줬다. 2년여 공백기를 빼고선 에픽하이, 타블로, 그리고 타 가수의 프로듀서 및 각종 콜라보 등으로 수없이 많은 결과물을 내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정작 스스로는 "'프로음악러'는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저는 제 곡이 많다고 아직까지 느끼진 못하고 있어요. 테디 형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곡을 많이 쓰신 분들이 많죠. 제 자신에게 아쉬운 점이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프로라고 하기가 애매하다는 거예요. 누군가가 곡을 써달려고 하면, 곡을 만들 수가 없어요. 뭔가 애써서 만들어야하는 경우가 많고, 어쩌다가 만드는 곡이 많기 때문에 '프로음악러'라고 이야기하기는 아직, 아니 평생 못 그럴 것 같아요."
'너무 겸손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타블로의 대답은 확고했다. 이유가 분명했다. 어쩌면 타블로 노래에 대한 '공감'의 답을 찾을 수 있을 듯도 싶었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객관적일 수 밖에 없고 착각하지도 않아요. 표현하고 싶은 감정들을 아무 때나 끄집어내서 만드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부러운 능력이죠. 저는 슬픈 노래를 만들려고 하면 슬퍼야 하고, 기쁜 노래를 만들려면 또 그렇게 해야 해요. 아무런 감정이 없을 때 만들지 못해요. 다행히도, 감사하게도, 알아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사람에게도 진솔하게 느껴지길 바라는 건 제 욕심이겠지만, 저에게만큼은 진솔한 노래죠."
◆"거창한 목표보다 '작은 기적'에 감사하는 뮤지션 되고파"
그래서일까. 에픽하이와 타블로의 앨범을 쭉 나열해놓고 시선을 옮기면, 타블로의 이야기들이 보인다. 시적인 가사로 사회 부조리를 통렬히 비판하던 힙합 가수부터 시련과 아픔, 그리고 위로를 노래하는 대중가수까지의 모습이 있다. 시련에 힘겨웠던 타블로, 가족들 안에서 행복한 타블로도 있다. 단순히 타블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경험하고 공감해 봤음직한 메시지들이 숨어있다. 이를 풀어내는 음악도 달라져왔다.
"저는 혁신적이거나 새로운 것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 걸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어려워하겠다' '부담을 많이 느낄 때도 있겠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해요. 항상 새로운 것을 행하는 입장에서, 특히 오래 하면 할수록 계속 해서 새로운 것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저는 그런 것을 버린지 오래 됐어요. 전 객관적이서,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정말 잘하는게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건 우리 노래의 가사에 많은 공감을 해줬다는 거죠. 에픽하이의 새 앨범 작업이 늦어지는 것도 그럴 만한 무언가가 생길 때까지 찾는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타블로는 과거의 영광을 쫓지도, 미래의 거대한 꿈을 쫓지도 않는다. '과대망상'이 없다는 타블로는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내일을 위해 그저 열심히 음악할 뿐이다.
"최근 해외공연을 갔을 때 40층까지 있는 호텔에서 제 나이의 층에 머물렀는데 예전 생각이 났어요. 제가 30대에 진입했을 때는 '마흔까지 열심히 하고 그 다음부터 무대에서 마이크 잡고 억지로 날 보게 하고 싶지 않다' 했었는데(웃음). 지나간 일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돼요. 거대한 목표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상의 무언가를 상상하지 않으려고 해요. 가끔 그런 일이 생길 때면 '작은 기적'이겠지, 즐거워하고 감사하며 살아갈래요."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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