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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잘 살아온 전도연 "부담감 내려놔, '벚꽃동산'으로 얻은 힐링"


(인터뷰)배우 전도연, 영화 '리볼버' 목적 위해 직진하는 하수영 役 열연
"상 보다는 작품으로 많은 사랑 받는 것이 더 큰 의미"
27년 만 연극 도전도 성공 "'벚꽃동산' 떠나고 싶지 않았다, 보약 같은 시간"
"다가가기 쉽고 편한 배우 되는 건 내가 풀어야 할 몫, 앞으로도 잘 살고 싶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잘 살았고 지금도 열심히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고 싶다." 배우 전도연의 목소리엔 뿌듯함, 단단한 힘이 가득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로 한 획을 그은 전도연이기에 가능한 말이다. 물론 27년 만에 도전한 연극은 어렵고 힘든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이 또한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전도연은 그 시간을 '힐링', '보약'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해 준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힐링'을 얻었다는 말처럼, 예전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여유로워진 전도연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 순간이다.

지난 7일 개봉된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 분)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무뢰한'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이 재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전도연은 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에 다녀온 전직 경찰 하수영 역을 맡아 지창욱, 임지연, 김준한, 정만식, 김종수, 이정재, 정재영, 전혜진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수영은 유흥 업소의 온갖 불법 행위를 눈감아준 경찰들의 비리를 혼자 뒤집어쓰는 대신 큰 보상을 받기로 했지만, 2년 후 약속받은 모든 것을 잃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먼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수영은 앞뒤 재지 않고, 더러운 것 가리지 않고 승냥이처럼 받아야 할 몫을 향해 달려간다.

전도연은 이런 고요하게 끓어오르는 분노와 목적을 위해 직진하는 수영의 독기를 무표정한 얼굴 위에 그려낸다.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력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전도연의 또 다른 얼굴과 매력을 볼 수 있는 ‘리볼버’다. 다음은 전도연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블랙코미디처럼,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꽤 있었는데 전도연 배우가 봤을 때 웃겼던 장면은 무엇인가?

"본부장실에서 정윤선(임지연 분)과 조사장(정만식 분)이 만났을 때 '갑자기 영화가 왜 이렇지?'라며 웃으면서 봤다. 또 앤디(지창욱 분)는 대본에서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욕설이 많은데, 3분의 2가 대본에 없는 대사다. 그래서 현장에서 욕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 샤이하고 조용한 분인 줄 알았는데 입이 터졌다. 그래서 "괜찮아요?"라고 물었더니 매니저분이 "괜찮습니다"라고 하더라. 전작에서도 욕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웃음)"

- 대중은 전도연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그 기대치를 작품마다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나?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그리고 스스로 어렵고 힘들지만 해내야 해서 스트레스를 저에게 줄 때마다 '사람들은 내가 연기를 못해도 저게 콘셉트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영화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반대로 생각한다. 그렇게 저 자신을 릴렉스 시켰던 것 같다."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그럼 그전에는 부담감이 있었던 건가?

"조금 있었다. '잘해야 한다',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영화 찍기만 하면 상을 계속 받았다. 그것이 '참 잘했어요'라고 하는 것이니까 '나 진짜 되게 잘했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상들이 저에게 주는 의미가 점점 없어지더라. 배우로서 열심히 해서 보상받고 싶은 건 작품적인 거다. 그러다 보니 상이 큰 의미가 없더라. 물론 상을 주시는데 안 받겠다는 건 아니다.(웃음) 다만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저에게는 의미가 더 커진 거다. 그래서 '나는 더 잘해야 해'가 아니라 지금 이 작품 안에서 내가 어떤 역할로 보일지에 더 집중하게 된 것 같다."

- 이렇게 생각이 변하게 된 시기가 언제인가?

"오래됐다. '밀양' 이후였던 것 같다. 상 안 받아도 되니까 제발 좋은 작품을 많이 하면 좋겠다."

- 작품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얘기를 연극 '벚꽃동산' 인터뷰에서도 했는데, 최근 '벚꽃동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실 연극은 드라마, 영화와는 다르기 때문에 무대에서 어떻게 극을 이끌어 갈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하지만 무대에서 본 전도연 역시 "최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극까지 잘하니 이제 연기에 대한 의문을 절대 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게다가 캐릭터도 굉장히 사랑스럽게 그려내서 '전도연만 할 수 있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이번 연극을 하면서 배우로서 얻은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연극을 하면서 얻은 건 힐링이다. 무대에서 잘하든 못하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잘 견뎌보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잘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힐링까지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렇다고 '무대가 너무 즐거웠어'라기 보다는 매번 무대 뒤에서 스탠바이 할 때마다 '몇 번 남았지?'라며 긴장하고 '내가 이걸 계속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원캐스트라 '아프면 어쩌나, 돌발상황이 생기면 어쩌지?'라며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때마다 같이 한 동료 배우들이 "괜찮아, 뭐든 해도 돼", "실수해도 돼. 우리가 있잖아"라고 저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줬다. 동료들이 저에게 가장 큰 힘이었고 힐링이었다. 같이 있는 그 무대가 너무 즐거웠다. 그 즐거움이 모든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굉장히 감사한 시간이었고, '벚꽃동산'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게 끝나면 난 뭘 해야 하지?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되게 많이 했다."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연극도 원캐스트였고, 최근 작품 활동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지금도 '자백의 대가' 촬영을 하고 있는데 힘들지는 않나?

"힘든데 제 건강을 고려해주지 않는다.(웃음) 계속 스케줄이 있다. 내가 아프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벚꽃동산'이 보약 같은 시간이었다. 뭔가 견디게끔 만드는 힘과 에너지가 있었다."

- 관리는 어떻게 하나?

"일단 비타민 한 줌 먹는다. 밥보다는 비타민을 먹었을 때 위안이 된다. 나를 지켜주지 않을까 하는.(웃음) 사실 매일 스케줄이 있어서 관리라기보다는 드라마까지 다 잘 끝내고 호주 공연까지 갔다 와서 휴식을 잘 취해야 할 것 같다."

- '일타스캔들'처럼 밝은 작품도 성공했는데, 그보다 더 가볍거나 망가지는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지는 않나?

"코미디가 안 들어온다. 제가 안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은데 제가 생각해도 코미디 했을 때 전도연이 떠오르지 않을 것 같다. 이건 제 몫이다. '일타스캔들'도 그렇고 계속 그런 작품을 하며 다가가기 쉽고 편한 배우가 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제가 풀어야 할 몫인 것 같다."

- 예능 출연이 다가가기 쉽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저는 예능이 진짜 힘들다. 말은 할 수 있는데 리액션이 있다. 그냥 제가 잘하는 건 예능보다 연기인 것 같아서, 연기로 잘 풀어보겠다."

- 요즘은 각 잡고 예능을 하기보다는 유튜브, 브이로그로 일상 공개를 하며 대중과 가까워지기도 한다.

"뭔가 보여줄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너무 뭐가 없다. 그냥 종일 누워 있는 것만 보여줘도 되나?(웃음) 물론 시키면 잘하기는 하는데, 일상은 그냥 저 혼자만 공유하겠다."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핑계고'에 출연해서 불편하다고 했었는데, 진짜인가?

"진짜 불편하다. 예를 들어 대학 동창이라고 하는데, 그냥 얼굴만 아는 친구다. 그런데 갑자기 그 친구가 "내 절친이잖아"라고 하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나. 저는 에피소드나 기억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제가 리액션을 진짜 못한다. 거짓말도 잘 못 해서 얼굴에 다 티가 난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도 물어보니까 이제는 그냥 친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재석이 내 친구"라면서. '유퀴즈'와 '핑계고' 두 번 만났다. 저는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한번 보고 좋다고 막 친해지지 못한다. 유재석 씨도 예능에서만 그러지 촬영 끝나고 따로 연락하지 않는다."

- 이렇게 오래 연기를 했지만 한 번도 지루하거나 뻔한 것이 없고, 늘 기대가 된다. 배우로서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어떤가? 또 앞으로 걸어갈 배우 길에서 지금은 어느 지점이라고 생각하나?

"잘 살았고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 것 같다. '벚꽃동산'을 했을 때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직접 관객을 만난다. 저를 보러 와준 관객, 배우들을 보면서 '내가 인생을 되게 열심히 잘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고 싶다. 저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제가 또 지루한 걸 못 견디는 것 같다. 변신은 아니고, 똑같이 반복되는 것을 성향적으로 못 견디는 것 같아서 변주를 줄 것 같다."

- 임지연 배우는 '리볼버'에 대해 술이 땡기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전도연 배우는 '리볼버'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나?

"저는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보고 나면 생각도, 해석도 많아지는 영화라고 말씀해주시는데, 그건 사람의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어두운 누아르 같은데 재미있네, 해주셨으면 하고 의미가 있다면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 영화이길 바란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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