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쌕쌕이' 이근호(강원FC)처럼 계속 뛰었다면 한국 축구가 고난의 길을 걸었을까.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에 중요한 변화를 줬다. 공격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 배치하면서 파트너로 이근호(강원FC)를 배치했다.
투톱에 남미 최강 중 하나인 콜롬비아를 상대로 4-4-2라는 공격적인 포메이션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상당한 모험이었다. 실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전체적인 대형은 실험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근호의 임무는 막중했다. 신 감독이 손흥민을 토트넘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활용해서 재미를 봤던 해리 케인과의 투톱을 한국 실정에 맞게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고 이근호가 케인 역할을 하게 됐다.
캐인은 188㎝의 장신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볼 다루기와 슈팅력에 일대일 대인방어에서도 밀리지 않는, 영국 축구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최전방 공격수라는 평가다.
주로 측면으로 나서면서 처진 공격수 역할을 해왔던 176㎝의 이근호에게는 꽤 힘들면서 어려운 임무였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손흥민의 중앙 전환을 성공적이게 만들어야 했다.
이근호는 대표팀 합류 직전인 지난 4일 FC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홈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4-0 승리에 기여했다. 이 덕분에 37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처절하게 뛰는 이근호의 능력이 그대로 나왔다. 전반 4분 김진수(전북 현대)의 강력한 왼발 슈팅도 이근호가 중앙선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의 볼을 가로채 질풍 드리블 후 가로지르기로 만든 것이었다.
11분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기여했다. 권창훈(디종FCO)이 오른쪽 측면으로 흘린 볼을 잡아 빠르게 드리블을 한 뒤 중앙으로 가로지르기를 했다. 권창훈의 몸에 맞고 손흥민 앞으로 향했고 골이 됐다. 이근호의 부지런함이 만든 결과였다.
이근호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43분이었다. 최철순의 헤더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슈팅했다. 공이 하늘로 떠버리면서 골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슈팅에 대한 의욕이 너무 넘쳐 다리 근육에 이상이 왔고 후반에는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이 나섰다.
45분만 소화했지만, 이근호는 누구보다 대표팀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었다. 지난 6월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 2-3 패배의 현장에 있었고 8·9월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에도 뛰었다. K리거의 절실함을 몸으로 보여주며 국가대표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 애썼다. 유감없이 진가를 보여준 이근호였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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