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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순항' 경남, 선수단·사무국 조용한 리더십 빛난다


김종부 감독 끈끈함·조기호 사장 헌신·김경수 구단주 믿음 '시너지 효과'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지난해 K리그2(2부리그)에서 승격한 K리그1 도민구단 경남FC가 뜨거운 여름에도 쓰러지지 않고 2위로 순항하고 있다. 공격과 수비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2012년 승강제 도입 후 시도민구단의 이상으로만 생각했던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손에 넣을 꿈을 꾸고 있다.

2014년 FA컵 우승으로 2015년 ACL에 출전한 성남FC의 사례가 있지만, 승강제 시행 이후 정규리그를 통해 출전권을 확보한 경우는 없다. 지난해 강원FC가 대대적인 선수 영입으로 용을 썼지만, 결과가 따르지 않았다.

경남은 K리그1 19라운드까지 9승6무4패, 승점 33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 전북 현대(47점)에 한참 떨어진 2위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3위 수원 삼성(32점)과 치열한 상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4위 제주 유나이티드(28점, +24), 5위 울산 현대(28점, +23)와 조금의 승점 차이가 있고 6위 강원FC(27점)와도 격차를 벌리며 가고 있다.

성적이 유지되면서 순항하고 있는 이유는 선수단과 구단 사무국 간의 절묘한 조화가 한몫을 하고 있다. 김종부 감독의 조용한 리더십이 선수단을 잘 묶고 있다.

현역 시절 '비운의 천재'로 불렸던 김 감독은 포지션별로 역할을 확실하게 분담하면서도 함께 뛰면서 단점을 메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전방의 경우 말컹, 네게바, 파울링요 브라질 트리오에 일본인 쿠니모토와 특급 조커 김효기, 김신이 적절하게 자리 잡고 있다.

수비도 마찬가지, 크게 빛나지 않지만 자기 역할을 해주는 선수들로 메웠다. 하성민, 박지수, 김현훈, 이광진 등이 잘 뭉쳐 뛰고 있다. 전북에 0-4로 패하며 현격한 수준 차이를 보여줬던 지난 4월 맞대결을 제외하면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

흔히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시도민구단은 여름에 순위가 고꾸라지면서 연패, 무승 행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남은 월드컵 휴식기 이후 치른 5경기를 3승2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과 맞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수비 실수를 유도하며 2-2로 비겼다. 말컹은 리그 12골을 기록하며 16골의 제리치(강원FC)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프런트의 묵묵한 지원도 선수단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조기호 경남 대표의 사직서가 반려된 것이 호재다. 조 대표는 전임 홍준표 도지사 시절인 2016년 3월 부임했다.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팀을 안정화하며 승격시키고 상위권까지 올려놓았다.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던 것을 바탕으로 빠른 구단 경영 안정화에 집중했다.

조 대표는 경남도의 표적 감사 의혹에 지난 1월 사표를 던졌다가 반려, 임기를 수행했다. 선수단에는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승부수를 던진 결과가 통했다. 이후 당적이 달랐던 김경수 현 도지사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이번 달 정치적인 이유로 사표를 던졌지만, 또 반려됐다. 성적과 구단 경영이 모두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도지사는 지난 14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찾아 3-0 승리를 지켜봤다.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단주 역할을 알리면서 관중 유치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관심이 없다면 굳이 SNS에 남길 필요가 없다면 점에서 구단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경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사장직을 두고 소문이 무성하지 않았는가. 외부 잡음이 사라지니 팀이 정말 잘 돌아가고 있다. 지역 경제가 여전히 어려워 후원사 모집에 일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연직 구단주인 김 도지사가 향후 함께 해결하리라 본다"고 전했다.

선수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익명을 원한 A선수는 "구단 경영에 대해서는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보통 시도민구단은 안팎으로 시끄러워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하기 어렵다. 그런데 사장님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운동에만 전념하게 여건을 조성해주니 다들 마음 편하다. 그래서 경기력도 좋게 나오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경남의 가장 영광스러운 시절은 소위 '조광래 유치원'이라 불렸던 2010년 6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이다. 당시 경남은 노장 김병지 골키퍼를 시작으로 윤빛가람, 이용래, 김영우, 서상민, 김주영, 김동찬, 이재명, 안상현, 루시오 등 내, 외국인 선수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고 9경기 무패 중 5연승을 달리는 등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사장)이 중도에 A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김귀화 대행 체제로 6위를 차지하며 6강 PO에서 탈락했지만, 팀 분위기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조 감독과 고인이 된 전형두 사장이 찰떡 호흡을 과시했던 것도 한몫을 했다. 당시 조 감독-전 사장의 리더십이 활달했다면 현재 김 감독-조 사장은 모두 똑같이 조용한 리더십으로 구단을 이끌고 있어 절묘하게 비교된다.

조 사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시도민구단에서 장기적으로 팀을 이끈 경영자는 거의 없었다. 외풍에 시달려 중도 사퇴가 빈번했다. 행여 좋은 성적이 나서 ACL에라도 가게 된다면, 조 사장의 연임도 꿈은 아니다. 공무원 출신이지만 프로구단 경영에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구단주인 김 지사가 사표 반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육성된 스포츠단 전문경영자가 없는 상황에서 조 사장의 임기 수행은 프로축구에도 큰 자산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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