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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퍼펙트스톰] "예상보다 빨랐다"…'메모리 한파'에 돌파구 찾는 삼성‧SK


D램·낸드 가격 하락세 가속에 실적 '빨간불'…미세공정 집중·서버용 수요에 기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내년 하반기에도 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PC 기반으로 사이클이 움직였던 과거와 현재 시장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어요. 지정학적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이전과 달리 시장을 예측하기 너무 힘든 상황입니다."

최근 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시장 전망에 대해 묻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반도체 한파'가 곧 올 것이란 얘기들이 작년부터 있었지만 심각한 상황이 이처럼 빨리 닥칠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DDR5 D램 영상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DDR5 D램 영상 [사진=삼성전자 ]

15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가장 유력하다. 업체들은 설비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등 수요 둔화에 따른 공급 과잉 사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적어도 내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서도 '반도체 한파' 분위기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결기준으로 이 기간 동안 매출액은 7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늘었으나, 전분기에 비해선 1.55%가량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 감소세는 2분기 연속을 기록했다. 그동안 '상저하고' 움직임을 보였던 삼성전자의 실적 흐름과는 다소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영업이익은 더 심각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1.73%나 뒷걸음질 친 10조8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도 23.4%나 줄었다. 실적 버팀목이던 반도체가 수요 위축에 맥을 못 춘 탓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역성장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가 삼성전자 매출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실적 타격이 있을 시 전사적으로 수익성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전 수요 악화의 영향으로 전체 D램 재고가 증가하면서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암울한 분위기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44.7% 감소한 2조3천68억원으로, 8월 말께 3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1조원가량 줄어들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도 우울한 성적을 기록했다. 2022년 미국 회계연도 기준 4분기(6~8월)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이다. 마이크론의 4분기 매출은 66억4천300만 달러(약 9조4천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13% 감소했다. 시장이 예측한 72억4천773만 달러(약 10조3천200억원)보다도 8.34% 하회했다.

낸드플래시 4분기 가격 전망 [사진=트렌드포스 ]
낸드플래시 4분기 가격 전망 [사진=트렌드포스 ]

이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이 주효했다. 특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된 이익 창출 메모리 제품인 D램 가격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낙폭을 확대하고 있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15%, 13~18% 각각 내린 상태로, 4분기에는 3분기보다 각각 13∼18%, 15~20%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시장 성장률은 8.2%로, 당초 18.7% 성장으로 봤던 것에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 D램 시장 성장세는 지난 5월 정점을 찍은 뒤 하락 전환한 상태"라며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전자제품 소비가 줄어들면서 세트업체가 칩 주문을 축소해 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낸드 플래시는 생산업체 난립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데다 저가 중국산까지 시장에 출몰해 '이중고'를 견뎌야 할 처지에 놓인 상황"이라며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서버 투자를 주저하는 데다 경기 하강과 물가 상승으로 스마트폰·PC 등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수요도 급감해 어려움이 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메모리를 주력으로 하던 'K-반도체'에 위기가 찾아오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산업도 어려움에 봉착했다.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7.8% 줄어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데 이어 9월에도 114억8천900만 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다. 올해 들어 처음 기록한 마이너스 성장세로, 반도체 수출액이 줄어들면서 무역수지 역시 25년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한파에 대한 기업들의 위기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67조원 수준이던 올해 하반기 반도체 매출 전망을 최근 46조원대로 낮췄다. 앞서 열린 삼성전자 직원 간담회에서 경계현 DS부문 사장은 "올해 하반기 매출 가이던스를 4월 전망치보다 30%가량 낮췄다"며 "내년에도 뚜렷한 모멘텀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투자 축소·감산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충북 청주공장의 증설(M17)을 보류했고, 협력사와 장비 납품 일정 등에 재논의 하는 등 애초 계획했던 설비 투자도 대폭 줄이는 분위기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재고 수준이 높아져 내년 캐팩스(CAPEX·자본적 지출, 시설 투자 등을 의미)를 상당폭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도 올 하반기 생산량을 줄이는 한편 반도체 생산장비 예산을 삭감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30%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키옥시아 역시 이달부터 칩 생산을 위한 웨이퍼 투입량을 30%가량 줄일 예정이다. 난야테크놀로지 등 대만 D램 기업은 이번 4분기부터 감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반도체 업계가 설비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코로나19 특수로 폭증한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왔고, 결국 올해 메모리 생산능력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최근 소비 심리 위축으로 메모리 재고가 넘쳐나기 시작하자 업체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생산량 조절과 비용 감축을 불황 타개책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10월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시스템LSI사업부장 박용인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10월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시스템LSI사업부장 박용인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감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감산 계획을 묻는 말에 "(감산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업계에선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매출이 아닌 '비트' 단위로 환산해 생산량을 따지면 감산이 아닐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원가 경쟁력을 고려한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미세공정 및 고적층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을 더 많이 생산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비트 수 기준으로 따지면 각 업체들의 움직임을 감산하는 것으로 받아 들이기 보다 앞으로 시장에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며 "삼성전자도 이런 기준으로 보면 감산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 다른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각 업체들이 미세공정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새로운 기술이 나오긴 어려운 분위기지만, 내년 상반기쯤 10나노 4세대(1a) 양산이 활성화 되거나 D램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는 움직임들이 더 많아질 듯 하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 4D 낸드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 4D 낸드 [사진=SK하이닉스]

이의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내년 5세대(1b) 10㎚(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급 D램의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그려 넣게 됨으로써 웨이퍼(원판) 한 장당 더 많은 양의 칩을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3세대 제품에 비해 생산성이 25% 높아진 4세대 D램 생산 비중을 점차 늘려갈 뿐 아니라 2030년에는 1천단 V낸드 개발을 통해 '기술 초격차'를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5세대 10나노급 D램 양산 계획을 실행하면 원가 절감 측면에서 상당히 도움 될 것"이라며 "D램 차세대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경쟁 업체에 비해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원가 경쟁에서 유리할 듯 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8월 현존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던 만큼, 이를 토대로 수익성을 더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적층 기술은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고, 높이 쌓는 만큼 웨이퍼당 생산 칩 수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생산성 역시 높아진다.

또 SK하이닉스는 D램 제품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세공정 전환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 보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패키지 기술과 '지능형 반도체'로 불리는 PIM(Processing In Memory)에도 좀 더 집중할 방침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시황과 재고 상황을 보면서 (메모리 반도체 불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한다"며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나빠져서 이에 따른 우려들이 많은데 내년 하반기쯤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D램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고 있으나 미세공정이 더 발전하면 EUV 장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까지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넘기 위한 기술 과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샘플 출하한 24Gb DDR5 D램과 96GB, 48GB D램 모듈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샘플 출하한 24Gb DDR5 D램과 96GB, 48GB D램 모듈 [사진=SK하이닉스 ]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인텔의 움직임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텔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이 나오면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고부가가치 메모리 판매량도 증가하는 등 실적 부진을 탈출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는 현재 서버용 CPU 중 유일하게 고부가가치 D램인 'DDR5'를 지원하는 프로세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출시한 DDR5 제품은 기존 DDR4 대비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소모량은 10% 이상 낮으며 가격은 50% 정도 비싸다. 이에 수익 확보에는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인텔은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의 양산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차례 연기한 상태로, 올해 계획도 불투명한 상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파이어 래피즈의 출시로 내년부터는 서버 시장에서 DDR5 채용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클라우드에 기반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회복되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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