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10년 만의 '슈퍼사이클'에도 돌아오지 않는 조선 숙련공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10년 만에 돌아온 수주 호황에도 인력난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간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탓에 현장 숙련공들이 대거 업계를 이탈했지만, 정작 최근 일감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떠난 인력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7년 20만3천441명을 최고치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지난해 7월 기준 9만2천394명으로 54.5% 감소했다.

반면 국내 건조 규모를 감안해 2027년까지 조선 산업에 필요한 인력은 13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세부적으로는 2021년 말보다 추가로 필요한 인력 규모는 연구·설계 4천명, 생산 3만7천명, 기타(사무·별정 전문직 등) 2천명 등이다.

당장 올해부터 현장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해양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작성한 '2022년 조선해양 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계 부족 인력은 올해 1만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주 급증에도 현장 인력이 부족한 가장 큰 원인으로 조선업의 육체노동과 낮은 임금, 높은 위험 등 낙후되고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한 신규 인력 유입의 어려움이 꼽힌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종 인력 미충원의 주된 사유는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이 31.5%를 차지했다. 이 외 ▲사업체에서 제시하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와 맞지 않아서(29.3%)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자가 없어서(14.1%) 등으로 조사됐다.  

조선업계의 인력난 해결을 위해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10월에는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발표했고, 11월에는 '조선업 상생 협의체' 등 조선업 일자리 확대와 인력 수급을 위한 지원 방안을 잇달아 내놨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인력난 완화를 위해 생산·기술 분야 인력 확충 지원을 약속했다. 특별 연장근로 연간 활용 가능 기한을 한시적으로 최대 180일까지 확대해 숙련 인력 활용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생산인력 채용 지원금을 월 60만원으로 지급 기간을 확대한다.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생협의체 구성도 제시했다.

부족한 국내 인력 수급의 대안으로 외국 인력 공급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올해 초 조선업 외국 인력 공급과 관련해 기존에 4개월이 걸리던 국내 행정 절차를 1개월로 단축하고, 기업별 외국인력 허용 비율도 2년간 20%에서 30%로 완화했다.

당장 인력 수급이 시급한 마당에 내놓는 대책이지만, 조선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 없이 중장기적으로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10년 만의 '슈퍼 사이클'이라 불릴 만큼 현재는 수주 호황기를 지나고 있지만, 조선업의 특성상 이같은 호황기가 끝난 이후 또다시 지난 10년과 같은 불황이 없을 것이란 보장은 누구도 못 한다.

그때 가서 또다시 실적 부진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 훗날 '내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숙련공의 복귀는커녕 새로운 인재 육성에도 걸림돌이 된다.

결국 조선업계의 중장기 생존 전략이 경쟁력을 확보할 때 인재는 모인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력이 미래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돋보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정부가 미래지향적인 중장기 계획을 세워 국가기간산업 중 하나로 조선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업계는 과거 저가 수주 경쟁으로 크게 손실을 봤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인재들이 10년, 20년, 30년을 보고 뛰어들 수 있는 산업이라는 비전이 없이 인력 부족만 외치는 건 볼멘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업체들도 눈앞의 단기 실적에 집착하기보다 고질적인 원·하청 이중구조, 저임금 체계 개선 등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런 의미에서 10년 만의 수주 호황은 국내 조선업이 환골탈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은 인재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리고 그 인재와 어떻게 함께 지속할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10년 만의 '슈퍼사이클'에도 돌아오지 않는 조선 숙련공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