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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氣살리자⑥] 삼성바이오發 국제회계기준 '정책 리스크'


정책 리스크 확대 이어 국제회계기준 해석-감독 문제로 불똥

요즘 재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기업하기 정말 힘들다'라는 푸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재계를 둘러싼 옥죄는 환경이 심상치 않다. 더욱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식의 정책 일관성이 훼손되면서 재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바짝 조이고 있는 규제의 족쇄를 풀어 기업들의 기(氣)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업의 확장성을 저해하는 족쇄들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를 분식회계로 최종 결론을 내리면서 당시 적용된 국제회계기준(IFRS)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를 애초 '무혐의'에서 '고의적 분식회계'로 180도 뒤집으면서 나온 파장이다.

당장 삼성바이오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비슷한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분식회계'라는 굴레가 씌워지면 신뢰도가 생명인 글로벌시장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6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같은 사안의 삼성바이오 회계처리를 이전과 정반대인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정하자, 재계와 관련업계에서 정책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 번을 양보해 국제회계기준의 빈틈을 최대한 악용해 벌인 신종 분식회계 수법이라고 치더라도 이는 제도의 모호한 해석 문제이지, 기업에게 책임을 묻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와 회계업계에서 "정부가 국제회계기준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감독방식도 국제회계기준의 방향성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해석 시각차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논란에 단초가 된 것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다. 설립 후에는 삼성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연결)로 유지해오다가, 2015년 말 지분법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 보유지분에 대해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는 부채로 회계 처리했다. 삼성에피스 지분 8.8%를 보유한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지분을 '50%-1주'까지 늘려 공동경영 권리행사)을 행사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회계처리는 삼정·삼일·안진 3개 대형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판단을 받았다. 또 2016년 상장 당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도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탁해 감리를 실시하면서 "중요성 관점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해당년도의 재무제표가 포함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제출했고, 적합 통보를 받아 같은 해(2016년) 11월 상장했다.

이에 2016년 말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적합성에 대해 금감원에 질의했고, 금감원도 참석한 국제회계기준 질의회신 연석회의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은 올해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올해 5월부터 3차례의 감리위원회, 5차례의 증선위를 거쳐, 7월 12일 1차 증선위의 조치결과에서는 2015년 회계처리에 대한 금감원의 재감리를 명령했다. 2차례의 증선위를 거치면서 지난달 14일 재감리 조치결과에서는 이전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증선위는 자회사인 삼성에피스를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지 않고 연결대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2012~2013년은 '과실', 2014년은 '중과실'로 의결했다. 이러한 오류를 시정하지 않은 채 2015년부터 지분법을 적용하며 공정가치로 평가해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은 '고의적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이 같은 증선위의 조치는 국제회계기준의 속성을 전혀 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회계기준은 기업의 주 재무제표로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세세한 규정보다는 원칙 중심과 경제적 실질 반영, 공정가치평가 확대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당연히 삼성바이오 입장에서는 보유 자산인 삼성에피스의 지분가치를 시가(공정가치)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근거로 작용했다.

◆ 재계 우려 시각…정책리스크 확대

금융당국의 뒤바뀐 판단으로 혼란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3월15일 '국제회계기준 도입 로드맵'을 발표해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결정했다. 2009년부터는 순차적으로 국내 상장기업에 적용한데 이어 2011년부터 전면 도입했다.

상황이 이러니 삼성바이오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우려의 시각이 싹트고 있다. 실제 증선위의 삼성바이오 결론 이후 제재 결정을 앞둔 바이오업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회계감리 사전예고를 한 뒤 올해 3월 개발비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 기업 22곳을 상대로 감리에 들어갔고 지난달 28일 계도형식의 제재를 내렸다. 하지만 이전까지 바이오업계는 살얼음판을 걸으며 긴장감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기업의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 "기업경영에 있어서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데, 정책적 일관성이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가뜩이나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더 불투명하게 만드는건 아닌지 우려가 든다"고 토로했다.

국제회계기준의 모호한 해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과 관련해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지 않으면 규정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차라리 합리적"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국제회계기준을 계속할 것이라면 기업, 회계감사인, 감독당국 등 3자 간에 국제회계기준 운용을 위한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결국 국제회계기준의 해석은 현 금융당국의 감독방식 문제로 번졌다. 금융당국의 감독방식이 국제회계기준의 원칙 중심이 아닌 규정 중심이라는 점에서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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