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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KCGI에 돌연 백기투항 모양새 취한 이유는


주총 표 대결 불확실성 고려한 듯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한진그룹이 지주사 한진칼을 포함한 그룹 전반에 대한 공세 나섰던 KCGI에 돌연 백기투항는 모양새를 취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향후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와의 주총 표 대결에서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 KCGI 달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환원 정책 확대,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해 2023년까지 그룹 매출을 22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경영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한진그룹 본사 빌딩. [뉴시스]
한진그룹 본사 빌딩. [뉴시스]

한진그룹은 주주중시정책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한진칼의 2018년 기준 배당을 지난해 거둔 순이익의 50% 수준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배당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도 전달했다.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는 송현동 부지를 연내 매각하는 한편, 외부 투자유치를 통한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의 고급 휴양 시설 개발을 추진하되 개발 가치가 떨어질 경우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한진칼의 경우 사외이사를 현재 3인에서 7인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한진칼과 ㈜한진에는 감사위원회를 신설해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한진칼은 내부회계관리를 운영하는 조직과 감독하는 조직을 각각 설치하고, 이사회 내 과반수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를 만들어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의 거래 시 위법 행위를 사전에 예방키로 했다.

한진그룹이 이번에 발표한 방안은 사실상 KCGI에 무릎을 꿇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 많다. KCGI가 앞서 지난해 11월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동시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제안했던 내용을 상당수 수용했기 때문이다.

관련 한 전문가는 "한진그룹이 제시한 2023년까지 그룹 매출 2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과 앞서 KCGI가 제안한 한진그룹의 신용등급 회복을 위한 5개년 계획이 큰 틀에서나 내용에서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한진그룹이 KCGI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KCGI는 당시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2인 등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와 임원들의 경영활동에 대한 보상체계 확립을 위한 '보상위원회', 책임경영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여기에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송현동, 율도부지의 매각과 항공우주사업부 상장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에 대한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한편, 항공기 확대 금지, 토파스여행정보 IPO 등도 함께 제안했다.

한진그룹은 KCGI의 이런 제안에 대해 줄곧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을 밝혔을 뿐, 이렇다 할 의견을 개진하진 않았다. 그러다 KCGI의 의견을 상당수 수용한 것이다.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진그룹은 KCGI와의 표 싸움에서의 불확실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설 연휴 직전 경영진 해임과 자신들이 지정한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 선임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한진칼에 전달했다. 이를 두고 향후 양측의 표 대결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으로 나왔다.

한진칼 정관상 주총에서 과반수 이상, 전체주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표를 확보해야만 이사선임을 할 수 있다. 현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측 지분은 28.93%로, KCGI의 보유량(10.71%)과 최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천명한 국민연금의 보유량(6.7%)을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현재로선 표 싸움을 벌인다고 해도 한진 측이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약 20%에 달하는 추가적인 표심을 얻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KCGI가 지난달 중순 제기한 한진칼의 주주명부열람을 위한 가처분신청이 대표적이다. 만약 KCGI가 주주명부 확보 후 주주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게 된다면 상황이 역전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이를 의식해 KCGI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날 오전 10시 45분 동관 제358호 법정에서 KCGI가 앞서 제기한 한진칼 주주명부등사열람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심문 당시 한진 측에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주주명부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KCGI 측 법률대리인은 "한진칼은 이전부터 막연히 주주명부를 제공하겠다고 밝혀왔고, 이번 심문에서도 주주명부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한진 측에서는 여전히 주주명부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게 법률대리인 측 설명이다.

재판부는 18일 심문을 종결할 예정이다. KCGI 법률대리인은 "한진칼이 18일까지 주주명부를 제공한다면 가처분신청을 철회할 순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18일 이후에 재판부에서 가처분신청에 대한 인용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이 KCGI의 제안을 일부 수용하는 제안을 하고 이에 대한 KCGI의 결정을 지켜본 후 실제 주주명부를 제공할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주명부를 제공하게 될 경우 향후 표 대결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우선 KCGI의 제안 중 일부를 수용하고 그들의 반응을 본 뒤 주주명부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일종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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