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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레트로' 열풍…실속있는 '판상형' 다시 대세로


일자 구조로 통풍·채광 우수, 공간활용도↑…수요자 선호도 '쑥쑥'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따라 2000년대까지 아파트 분양시장 주를 이뤘던 판상형 단지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같은 면적대라도 판상형의 경우 실내 공간을 상대적으로 넓게 사용할 수 있고 통풍과 채광이 우수하다는 강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판상형 아파트는 'ㅡ(일)'이나 'ㄱ(기역)' 등의 구조로 설계되는 아파트를 말한다. 판상형은 통풍과 환기가 우수하고, 단지 대부분이 남향으로 배치돼 채광이 좋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열 손실을 줄일 수 있어 냉·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또 세대가 직선으로 구성돼 맞통풍 구조를 내기 쉽다. 여기에 곧은 직선으로 설계돼 전용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정방형 구조로 3, 4베이(방 2개 또는 3개와 거실이 해가 드는 전면으로 나란히 있는 구조)를 만들기 쉽고, 개방감이 있다. 또 공간 활용성도 높아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다만, 판상형은 획일적인 형태로 소위 '성냥갑'이라 불리며 외관상 답답한 느낌을 준다. 또 일자형태의 단지 배치상 다수의 세대가 조망권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판상형 아파트는 냠향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정서에도 들어맞으면서 구조가 단순해 빨리 지을 수 있어 아파트 건립 초창기부터 대규모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판상형 아파트로는 대치 은마아파트, 미도아파트, 여의도 시범아파트, 잠실주공 등 수십 년 이상 된 대다수 노후단지는 판상형 구조로 지어졌다.

판상형 단지로 구성된 은마아파트와 미도아파드(파란색), 타원형 단지로 구성된 대치아이파크와 래미안대치팰리스. [사진=네이버지도]
판상형 단지로 구성된 은마아파트와 미도아파드(파란색), 타원형 단지로 구성된 대치아이파크와 래미안대치팰리스. [사진=네이버지도]

2000년 이후 부촌의 고유명사 '도곡 타워팰리스'를 시작으로 타워형 아파트가 속속 선보이며, 세련미를 앞세운 타워형이 판상형과 혼재된 모습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을 주도해오고 있다.

타워형 단지는 기존 일자 형태에서 벗어나 '+, Y, ㅁ자형' 단지 구조를 말한다. 단지 자체가 단조로운 일자 형태가 아니라 세련되고 멋스러운 외관을 자랑한다. 또 전용면적별 다채로운 구조를 적용할 수 있으며, 조망권 확보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타워형의 경우 맞통풍 구조를 내기 어려워 자연 환기가 쉽지 않으며 조망은 좋으나, 채광이 잘 들지 않는 세대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일반적으로 판상형 구조를 내기 어려워 건축비가 많이 들면서 분양가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대표 판상형 단지로는 시초가 된 도곡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서울숲 트리마제,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여의도 금호리첸시아, 래미안 이촌 첼리투스 등이 있다.

최근 분양시장은 판상형과 타워형이 섞인 혼합형 안에서도 판상형 공급량이 점점 더 늘어나며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특히 평면에 따라 청약경쟁률이 두드러지게 비교된다.

지난달 견본주택을 오픈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2023년 5월 입주예정)'는 판상형 구조의 전용 84㎡E타입이 31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601명이 몰리며 평균 19.39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타워형 구조의 전용 84㎡K타입은 72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20명이 접수하는 데 그치며 평균 1.67대1의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또 3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서 분양한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2021년 2월 입주예정)'도 판상형 타입이 높은 인기를 끌었다. 판상형인 전용 74㎡A타입은 53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무려 3천35명이 몰리며 57.26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에 반해, 타워형 전용 74㎡C타입은 51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천348명이 접수해 평균 26.43대1로 마감하며 판상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세 상승폭도 판상형이 앞선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삼성래미안9단지(2010년 12월 입주)'의 판상형 전용 84㎡A타입은 최근(2월 기준) 6억9천500만원에 거래돼 1년 전(5억9천만원)보다 17.79% 상승했다. 타워형 구조인 전용 84㎡B타입은 1년 새(2018년 1월~2019년 1월) 10%(6억원→6억6천만원) 오르는 데 그치며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경기 수원시 정자동 '수원SK스카이뷰(2013년 5월 입주)'는 판상형과 타워형이 혼합 설계된 단지다. 판상형인 전용 84㎡A타입은 1년 간(2018년 2월~2019년 2월) 11.11%(4억9천500만원→5억5천만원) 상승해 같은 기간 타워형인 84㎡B타입 상승률 8.78%(4억7천800만원→5억2천만원)를 웃돌았다.

실속있는 판상형 설계가 다시 대세로 떠오르는 가운데 판상형 위주로 공급되는 신규단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디에이치 포레센트 메인조감도. [사진=현대건설]
디에이치 포레센트 메인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지난달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구 일원대우(개포로 110길 36) 재건축 사업을 통해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2021년 7월 입주예정)' 일반분양 물량 모두 판상형으로 설계됐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2층 4개 동, 전용면적 59~121㎡, 184가구 규모다. 이 중 일반분양되는 62가구가 100% 판상형으로 구성된다. 단지 바로 옆 늘푸른공원을 비롯해 인근으로 대모산, 양재천, 탄천, 일원에코파크 등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 일원초 중동초 중동고 등 초∙중∙고가 모두 도보권에 있으며 코엑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롯데백화점 강남점, 이마트 수서점 등 생활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GS건설은 내달 경기 성남시 고등지구 C1~C3블록에 고등지구 마지막 민간분양 '성남고등자이'의 견본주택을 개관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14층 11개 동, 전용면적 84㎡, 364가구로 조성된다. 전 가구 남향 위주 배치에 판상형 위주의 평면 구조가 적용된다. 주변으로 대왕판교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분당-내곡간도시고속화도로 등 도로망이 발달돼 있다. 또 현대백화점 판교점, 롯데마트 판교점 등 판교신도시 생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화려하고 세련된 외관보다는 실용적인 설계를 갖춘 판상형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실거주시 통풍·환기·일조량 등이 타워형보다 상대적으로 판상형이 우수하므로 많은 수요자가 선호하는 추세"면서 "상형 단지는 실수요자 사이에서 주거만족도가 높아 분양시장은 물론 매매시장에서도 찾는 수요가 꾸준한 만큼 향후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김서온 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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