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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득주도성장이 낳은 불편한 아이러니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직격탄…상생 방안 찾아야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과거 성장 방식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으니 양극화를 해소하고 계층 단절을 해소함으로써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난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지속가능한 발전. 소득주도성장을 관통하는 논리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도 소득주도성장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점포까지 우대수수료 구간을 확대하고, 연매출액 30억원을 초과하는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카드 수수료를 내림으로써,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다.

정책은 비교적 빠르게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2월 금융위는 카드 수수료 개편 결과 연매출액 30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은 연간 5천700억원, 연매출액 30억이 넘는 일반 가맹점은 연간 2천100억원 상당의 수수료 부담이 경감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담배 등 고세율 품목을 판매하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경우 카드 수수료로 지출하는 금액이 약 40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만 보면 영세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겠다는 정책의 목표는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수수료 인하 정책이 카드사들의 수익을 보전할 방안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채 집행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대형가맹점 문제다. 카드사와 소위 말하는 대형가맹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대형가맹점에서 나오는 수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 탓에 카드사는 대형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초 현대자동차그룹과 카드사간의 공방이 그 방증이다. 당시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하자 현대차는 가맹해지로 맞섰다. 결국 카드사들은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수 없다고는 명시돼있지만, 부당하다라는 기준에 대해 합의된 바가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정부의 개입으로 중소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의 갑을 관계를 해소한 만큼,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사이의 갑을관계도 청산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신용판매가 주된 수익 창구인 카드사로선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곧 수익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수익 보전 방안을 찾지 못한 카드사는 그대로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가 내놓은 올해 예상 손실은 8천억원이다.

수익 손실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 모집인 숫자는 1만1천856명으로 2016년 말 2만2천872명과 비교해 48% 줄었다. 비대면 채널 활성화 요인도 있겠지만, 줄어든 수익을 메우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상생을 위한 정책이 낳은 불편한 아이러니다.

홍 부총리가 밝혔듯, 소득주도성장의 본질은 상생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자영업자의 소득을 늘려준다는 정책의 당위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어느 정도 카드사의 몫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쪽의 몫을 그대로 다른 한 쪽으로 옮기는 방식으로는 상생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도 어느 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아직 2년이 남은 만큼, 오점을 보완할 시간은 아직 충분해 보인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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