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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문제…왜 자꾸 불거지나


제조업 전반에 깔린 불법성 가진 사내하도급 문제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한국지엠(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 위기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한국지엠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깔린 기본적으로 불법성을 가진 사내하도급을 방치해 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창원공장과 부평공장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지난 25일 창원공장 비정규직 560여 명은 한국지엠의 하청업체인 지멕스글로벌로부터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받았다. 사유는 한국지엠과 지멕스글로벌 간의 도급 계약이 내달 31일 종료돼서다.

부평공장 하청업체 소속 6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권고사직 등의 형태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다. 이들은 무급휴직자들이다.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최근 부평공장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업체로부터 무급휴직 발령을 받아 왔다. 이를 견디다 못해 사직서를 낸 노동자들도 많다고 알려진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해고 예고 통지서. [사진=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해고 예고 통지서. [사진=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

창원공장의 경우 비정규직 해고 위기는 원청인 한국지엠의 생산 물량 감소로 인한 교대제 개편 추진에서부터 온다. 내년 창원공장은 올해보다 60% 정도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는 경차 '스파크'와 경상용차 '라보'·'다마스' 등을 생산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현행 2교대제에서 1교대제로의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GM 본사로부터 생산 배정을 받은 신형 CUV의 생산은 2022년 말부터다.

이에 따라 사측은 지난 10월 올해 말까지 창원공장 8개 하청업체에 기술 이전을 해달라고 통보했다. 하청업체와 생산도급계약이 올해 말로 종료 해지되고 생산 물량 감소로 교대제 개편을 추진해야 하니, 도급 받은 공정을 다시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인수인계해달라는 것이다.

부평공장 비정규직 해고 위기 또한 비정규직이 담당하던 공정을 다시 원청이 가져가는 인소싱이 진행돼서다. 그런데 인소싱의 이유는 창원공장과 다르다. 부평공장은 물량이 늘어날 예정이라서다. 부평2공장은 현재 1교대이지만 내년 1월 2교대제로 전환된다.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던 '트랙스'를 가져오고 이와 함께 '말리부'를 생산하면서 상황이 좋아져서다. 이에 따라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부평공장에서 인소싱이 이뤄지는 이유는 군산공장 폐쇄로 무급휴직 상태였던 군산공장 정규직 노동자 300여 명이 지난달 부평공장으로 전원 복직해 부평2공장으로 배치돼서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측은 추가로 필요한 인력이 700명 정도라고 하지만, 사측은 군산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복직하면 인력이 어느 정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 사측은 현재 정부의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계획에 충실히 따르고 있고,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은 군산공장 폐쇄로 일자리를 잃었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한국지엠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8천1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당시 산은은 강도 높은 실사 결과 경쟁력 있는 신차 배정과 고정비 절감 노력 등을 이행할 경우 매출원가율과 영업이익률이 점차 개선돼 영업정상화와 장기적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진=한국지엠]
[사진=한국지엠]

반복되는 한국지엠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위기는 근본적으로 제조업 전반에 깔려있는 사내 하도급 문제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사용자들은 사업상의 편의를 위해 사내 하도급을 통해 노동력을 이용해왔다. 하도급을 통하면 비용 절감뿐 아니라 분업과 세분화 등을 통해 인력 운영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서다.

또 하도급은 노동법상에 규정된 것이 아닌 민법상 도급계약이라 파견법처럼 제약이 많지 않다. 결국 사용자가 우회할 수 있는 것이 하도급이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2007년 7월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제정해 기간제와 파견제로 고용한 지 2년이 넘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도록 한 이후,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용역·도급 노동자가 증가했다.

문제는 하도급이 기본적으로 불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지휘·명령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도급이라는 것이 실제 사업장에서 사용사업자(원청)가 관리감독을 하면 불법인데 실제 사용사업자가 관리감독을 안할 수 없어 거의 모든 사업장이 근본적으로 하도급 용역에서 불법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청으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고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는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으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자동차의 경우 컨베이어벨트에서 양쪽이 똑같은 부품으로 조립돼 만들어지는데 왼쪽이 정규직 노동자, 오른쪽이 비정규직 노동자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지엠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에서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끊이지 않는 이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대법원이 불법파견으로 판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것이 반복된다.

박 연구위원은 "고용노동부에서 불법성이 있는 것을 제대로 감독해야 하는데 놔두다 보니 합법적인 것처럼 사업자들이 계속 하도급 형태를 취해왔다"며 "특히 IMF 이후 경제가 어려운데 어떻게 먹고 사냐고 하면서 20년 넘게 회피하다보니 지금까지 횡행하게 된 것이다"고 얘기했다.

이어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나도 기업들이 버티면서 지나왔다"며 "고질적으로 고착화돼 전면적으로 무언가 바꾸지 않는 이상 문제를 푸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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