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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2위의 반란]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 '저위험 담배' 승부수


정부 규제 '이데올로기적' 규정…'과학적 규제' 필요성 강조에 업계 공감대↑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선진국 시장에서는 과학적 규제를 통해 흡연자들을 비연소제품으로 활발히 전환시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데올로기적' 접근만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건설적 노력을 이어가기 어려운 만큼, 한국필립모리스는 합리적 규제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지난 7월 진행된 '담배연기 없는 미래' 비전 온라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필립모리스의 비전은 표어가 아니며 반드시 달성해야 할 전부"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아이코스'를 국내 출시하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개척한 한국필립모리스가 '과학'을 무기로 정부의 규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사진)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과학적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한국필립모리스]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사진)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과학적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실제 백 대표는 과학적 규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모회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또한 최근 규제 기관의 과학적 정책 결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설문조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코스는 2017년 출시 직후 일반담배의 점유율을 빠르게 흡수하며 자체 시장을 키워 나갔고, 한때 점유율 15%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유해성분 9가지의 함유량은 90% 적지만, 타르 함유량은 일반담배 대비 높아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한국필립모리스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도출해 낸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거부했고, 결국 소송전에 돌입했다. 또 약 2년 가까이 진행된 소송전에서 한국필립모리스가 승소했다.

하지만 그 사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으로 유탄이 튀었다. 실제 지난 1분기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들었다.

또 KT&G와 BAT코리아 등 경쟁사가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아이코스의 점유율을 잠식했다. 이에 지난 한때 75% 수준이었던 아이코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현재 50% 안팎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필립모리스 '아이코스'의 시장 점유율은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 속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필립모리스]
한국필립모리스 '아이코스'의 시장 점유율은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 속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업계는 한국필립모리스가 '과학적 규제'를 이유로 한 주장을 점차 강하게 전개하는 것이 이 같은 시장 상황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거듭되는 논란 및 증세 시도로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반면,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자체 비전 때문에 일반담배 시장에서 적극적 마케팅을 전개하기 어려운 한국필립모리스 입장에서는 '저위험 담배'를 기반으로 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필립모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6천831억 원으로 아이코스가 시장을 장악했던 2018년 대비 21.5% 줄어들었다. 아이코스가 출시됐던 2017년 8천382억 원에 비해서도 18.5% 위축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91억 원에서 442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백 대표는 "비연소 제품 카테고리 자체가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반담배 시장에 대한 투자보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주력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필립모리스가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사실상 유일한 주력제품이 된 아이코스의 저위험성, 나아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저위험성을 정부와 시장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급선무라는 전망이다.

백 대표의 이 같은 시도가 업계를 위해 긍정적인 일이라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 및 정책적 상황으로 업계 1위 KT&G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3위 BAT코리아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1~2위에 비해 다소 옅은 만큼 한국필립모리스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가 시장에 출현한 지 오래 되지 않은 카테고리인 만큼, 현재 이에 적용되는 규제의 근거나 적용 방식 등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필립모리스가 이 같은 방향에서 정부 규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주는 것은 업계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지속적으로 시장 파이를 키워 나가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오히려 일반담배로의 복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민 보건 증진 차원에서라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이에 기반한 규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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