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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노리는 아모레퍼시픽…남은 과제는


온라인 강화 등 '구호' 넘어 '선택과 집중' 해야…브랜드 효율화 '필수'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아모레퍼시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영업이익은 반토막난 것을 넘어 5년 사이 4분의 1로 줄어들었고, 철옹성처럼 지켜 왔던 'K-뷰티 1위' 자리도 LG생활건강에게 넘겼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4조4천322억 원의 매출과 1천4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6%, 영업이익은 66.6% 줄었다. 반면 '빅 2' 라이벌 LG생활건강은 16년 연속 성장을 이어가며 아모레퍼시픽을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비상한 각오로 새해를 맞고 있다. 그룹은 지난해 창사 후 첫 희망퇴직과 함께 51세의 김승환 부사장으로 대표를 바꿨고, 설화수와 라네즈 등 핵심 브랜드들을 별도의 유닛(본부)으로 승격시켜 더욱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시장 재편 등을 포함한 '디지털 전환'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코로나에도 다른 결과…"보수적 경영방침이 악재로 작용"

업계는 같은 코로나19 상황을 겪었음에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사뭇 다른 결과를 낸 이유를 경영방침에서 찾고 있다. LG생활건강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시행하며 신규 사업 개척을 이어온 것과 달리 아모레퍼시픽은 기존의 성공을 기반 삼아 다소 보수적으로 대응한 결과 시장 급변에 대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새해 큰 변화를 통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아모레퍼시픽이 새해 큰 변화를 통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과거 오프라인 브랜드숍의 높은 성장세에 기반해 지금의 위치를 차지했다. 이에 핵심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도 오프라인 중심의 시장 공략 전략을 펼쳐 초기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사드 사태로 인한 한한령으로 매장이 1차적 타격을 입었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오프라인 시장의 마비는 경쟁사 대비 큰 타격을 입게 된 이유가 됐다.

다만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이 같은 전략적 실책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앞서 치러진 애널리스트 설명회에서 올해 3대 사업 전략으로 브랜드, 디지털,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변화 방향성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올해 아모레퍼시픽은 전체 마케팅 재원의 50%를 디지털 채널에 투자하며,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 같은 아모레퍼시픽의 변화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색조 제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코로나19 진정 추이와 함께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배경에서부터, 저력 있는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구체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성공한다면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일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아모레퍼시픽은 과거의 성공 전략에 사로잡혀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나서야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라며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빠른 시일 내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며 올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수 브랜드 보유 능사 아냐…'선택과 집중' 통한 경쟁력 제고 필요

다수 브랜드를 통해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는 브랜딩 전략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사내 벤처 프로그램 '린 스타트업'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들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브로앤팁스, 비레디 등의 브랜드들이 이 과정을 거쳐 탄생했으며, 나름의 시장 입지를 굳히며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 [사진=아모레퍼시픽]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 [사진=아모레퍼시픽]

다만 이 같은 성공은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층 공략에는 수월할 수 있으나 다수의 실패작이 배출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소규모 팀을 통한 소규모 브랜드의 론칭을 이어가는 수준의 전략으로는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브랜드를 새로이 배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각인될 정도의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몇이나 되느냐는 것에는 의문이 든다"며 "이는 '타깃 마케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턴어라운드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강력한 브랜드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과정에서 기존의 성장을 견인한 바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가치를 관리하는 것에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바라봤다. 유통 경로에 따라 발생하는 가격 격차를 최소화하고, 섣부른 특가 판매 이벤트 등을 통해 브랜드의 고급 가치를 손상시키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은 각 브랜드의 고유 가치와 시대 정신을 반영한 '엔진 프로덕트' 집중 육성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설화수 자음생 라인, 윤조에센스와 이니스프리 그린티 라인 등 핵심 제품이 엔진 프로덕트로 육성된다. 또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도 정예화하고 건강기능식품, 더마 코스메틱 등 분야에서 차세대 브랜드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고객 중심 혁신 상품을 선보여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매장 효율화 등을 통한 수익성 관리에도 집중할 것"이라며 "공격적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이커머스 부문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마케팅 고도화 전략을 전개해 실적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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