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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4만5000km ‘과학 항해’…바다 살린다


부표와 과학 장비 싣고 외로운데 뿌듯한 과학 항해 ‘방데 글로브’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약 4만5000km 외로운 항해를 펼치며 바다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과학 장비까지 실어나르는 ‘과학 항해(Sailing for Science)’가 펼쳐졌다. ‘방데 글로브(Vendée Globe)’ 대회이다.

‘방데 글로브’는 1인승 요트를 타고 프랑스 사블 돌론(sables d'olonne)을 출발, 남극을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약 4만5000km에 이르는 바다 항해이다. 4년마다 열린다. 길게는 3개월 걸린다. 지구 반 바퀴를 무보급과 무기항으로 바다에서 지내야 해서 극한 상황과 맞서야 한다.

이번 대회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거친 바다와 ‘외로운 항해’를 하면서 과학 장비를 싣고 떠나 관심을 모았다. 세계기상기구(WMO) 측은 “과학 항해를 위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며 “방데 글로브에 참여한 선수로부터 필수 해양 관측정보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데 글로브’ 대회에 참석한 33명은 과학장비 등을 싣고 합의된 장소에 설치했다.  [사진=WMO]
이번 ‘방데 글로브’ 대회에 참석한 33명은 과학장비 등을 싣고 합의된 장소에 설치했다. [사진=WMO]

IMOCA(International Monohull Open Class Association) 소속 선장들이 잦은 장비 고장과 거친 폭풍우에 맞서면서 항해에 나섰다. 이들은 해양 기후 정보를 수집하는 부표와 바닷물을 분석하는 아르고(ARGO) 장비를 배에 싣고 떠났다.

◆외로운 항해, 바다 살린다는 의지 높아

이들은 사전이 합의된 정확한 지점에 부표와 아르고 장비를 한치의 오차 없이 배치했다. ARGO(Array for Real-time Geostrophic Oceanography)는 전 지구 해양 실시간 감시망 구축 프로그램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말리지아(Malizia) 팀의 보리스 헤르만(Boris Herrmann) 선장은 “우리는 바다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다”며 “해양은 지구의 초과 열을 흡수하고 인간 활동으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헤르만 선장은 “바다를 보호하는 것이 인류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WMO가 지원하는 글로벌 해양관측 시스템(GOOS, Global Ocean Observing System)은 해양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 파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GOOS는 실시간 해양 정보는 물론 인공위성 데이터까지 협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실제 해양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수천 개 부표, 수중 로봇, 선박에 기반을 둔 센서 등의 장비를 이용한다.

이 자료를 종합해 해양에 꼭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날씨 예보, 조기 경보, 기후연구는 물론 건강한 해양을 감시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부표와 과학 장비를 현장에 배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데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로 여러 학술대회와 모임이 차단되면서 그 어려움은 더하고 있다.

앤서니(Anthony Rea) WMO 인프라 부문 박사는 “전 세계 해양관측 시스템은 기후변화에 따른 변동성으로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를 파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놓여 있다”며 “특히 최근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펼쳐지고 있는 코로나19는 해양관측 시스템과 모니터링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앤서니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 ‘방데 글로브’에 참가한 선수들이 과학 장비를 사전에 합의된 장소에 설치하면서 WMO의 기상, 해양관측에 큰 역할을 했다”며 “이들의 과학 항해는 해양 데이터를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WMO 측은 “실시간 해양관측은 바다에서 일하는 선원은 물론 해안에 사는 사람들의 해양 안전을 뒷받침하는 기본”이라며 “이뿐만 아니라 육지에 있는 수많은 사람을 위한 여러 위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루이스 버튼(Louis Burton) 선장은 “이번에 내가 해양에 배치한 것은 무게가 20kg에 달하는 것이었다”며 “무게를 최소화하는 것이 레이스에 있어 가장 우선인데 그것보다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지구 바다를 살리는 게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출발해 남극을 돌아 오는 4만5000km 항해. 이번엔 ‘과학 항해’로 주목받았다. [WMO]
프랑스에서 출발해 남극을 돌아 오는 4만5000km 항해. 이번엔 ‘과학 항해’로 주목받았다. [WMO]

합의된 섬 근처에 과학 장비를 설치한 또 다른 선장인 알렉시아 배리어(Alexia Barrier)는 “10년 동안 과학자들이 해양을 더 잘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이번 ‘방데 글로브’를 통해 설치한 과학 장비가 전문가들에게 해양을 살리고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데이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레이스와 과학의 협업, 새로운 시대 열어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ARGO든 부표를 통한 해양 데이트든 해양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 실시간 바다 정보는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는 않았는데 4년 후에 ‘방데 글로브’ 항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김승진 선장(해양수산부 홍보대사)은 “‘방데 글로브’는 요트계에서는 ‘월드컵’으로 부르는 매우 중요한 대회”라며 “최근 대회는 지난해 11월 8일 항해를 시작해 80일 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길게는 100일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 선장은 “이번 대회에서는 총 33척의 배가 출발했는데 모두 과학 장비를 싣고 떠났다”며 “합의된 장소에 장비가 설치됐고 해류 흐름에 따라 속도 등 여러 바다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선장은 특히 남양(남반구 바다)은 바다 연구가 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김 선장은 “이번에 WMO와 방데 글로브 선수들이 협업해 연구가 덜 된 남양에 대한 과학 장비를 설치하면서 협업 시스템이 구축됐고 더 많은 데이터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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