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융합의 현장]현대중공업 '하이-메이트'(하)


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하이-메이트' 시스템이 탑재된 굴삭기를 북미 지역과 대양주(호주·뉴질랜드)에 각각 50여대씩 총 100여대를 납품했다. 이 장비들은 GPS 위성 및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지도서비스와 결합해 수백미터 이내까지 추적이 가능하다. 각 국가·지역별로 상세도에서 차이가 있지만, 북미 지역은 자동차 형상을 알아볼 정도의 세밀한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하이-메이트' 지도상에서 각 굴삭기의 개별위치와 현재 고장·오류 여부는 각기 다른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현대중공업은 상황실에서 지역·기간별 장비 가동시간과 장비의 세밀한 위치, 장비고장 내역, 소모품 교환 이력, 유지보수 대상 장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좀 더 세밀하게 연료 소모량과 압력·온도·토크, MCU 및 통신 상태, 고장 종류 및 원인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초기 고장상태, 가동정보, 장비 고장내역, 장비위치 등에 대해 날짜·지역별 통계를 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 활용해 장비 사용자에게 고장·오류 가능성과 고장 내역, 소모품 교환 시기 등을 실시간으로 통보할 수도 있다. 장비 도난 방지를 위해 위치경계를 설정하고, 장비가 이를 벗어날 경우 경고와 사업자 통보를 동시에 실시할 수도 있다. 장비의 최대 엔진출력 및 시동제한 기능 등을 개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제조사-임대사업자-사용자 모두 '윈윈'

'하이-메이트' 시스템의 개별 기능들은 고객, 임대사업자, 본사 및 해외법인 등에 따라 분류해 통제·제공한다. 굴삭기 사용자들은 이러한 원격관리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장비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도난을 방지할 수 있다. 장비 운전자의 조작상태를 점검해, 불법사용을 방지할 수도 있다. 장비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상세한 위치 및 가동이력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장비의 운영 현황과 소모품 교환 상태를 한 눈에 파악함으로써, 더 오랜 기간 최상의 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된다. 또 각각의 작업환경에 맞는 엔진출력을 설정하고 연료사용 현황을 점검함으로써, 에너지를 절감하고 친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굴삭기 시장에선 개별 구매보다 임대 시장이 더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코마츠는 자체 임대사업부를 갖추고 제조·임대 사업을 병행하고 있을 정도다. 각국 굴삭기 임대사업자들은 '하이-메이트'를 활용해 상시 장비 위치를 살펴봄으로써, 할부판매 관리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고장 때문에 개별 굴삭기가 가동할 수 없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한편, 부품의 적정 재고를 유지·관리할 수 있게 된다.

장비 도난과 상세한 이력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장비 미수금 및 도난이 빈발하는 중국과 같은 지역에서 임대업체들이 사업을 벌이는데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은 자사가 보유한 중고 장비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중고 장비 가격을 산정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본부 조현태 부장은 "'하이-메이트'는 고객관리와 장비상태 파악에 유용하다는 점에서 특히 임대사업자들에 인기가 높다"며 "각 지역별 고객들로부터 시스템 추가 기능에 대한 요구도 쇄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웹상에서 굴삭기 사용자에게 작동오류 등을 알려줄 수 있는 문자메시지 기능.

◆'하이-메이트'의 진화 가능성

현대중공업은 해외 경쟁사들보다 뒤늦게 중장비 원격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대신, 가장 폭넓은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2009년 5월 현재 '하이-메이트' 시스템은 지난 2008년 말보다 2배 이상 기능이 늘어났다. 앞으로 굴삭기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관리하기 위해 도입될 기능들도 무궁무진하다. 회사 측은 위성통신에서 제한을 받는 중국 등 지역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통신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해, 개발 및 도입을 위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 '하이-메이트' 시스템이 탑재된 굴삭기 판매를 500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9년 내 휠로더 장비에 추가로 '하이-메이트' 시스템을 탑재하고, 향후 스키드로더, 백호로더 등 제품에도 이 시스템을 장착한다는 방침이다. 원격관리시스템이 탑재된 장비가 늘어날수록 고객관리와 서비스, 제품개발 전략 등은 더욱더 힘을 받게 된다.

국가 차원에서도 해외 건설경기와 산업추이를 면밀히 파악해, 수출 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메이트'의 가치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백호로더 장비. 현대중공업은 올해 휠로더를 시작으로 백호로더 등 여러 장비에 '하이-메이트' 시스템을 추가로 장착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출항

현대중공업은 '하이-메이트' 시스템을 활용해 장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장비관리는 고객의 몫이었지만, 이제는 장비를 가장 잘 아는 제조사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장비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고객과 더 높은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은 원격관리시스템의 상용화와 함께 장비판매, 영업관리, 애프터서비스(AS) 체계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장비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온·오프라인상에서 적시에 신속한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장에서 매일매일 전달해 쌓인 장비 가동 정보들은 차세대 개발에 활용돼, 장비 성능을 한 차원 끌어올릴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작업현장의 시공효율을 높이기 위해 GPS 등 정밀계측센서를 활용한 건설장비 작업제어 고도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전자유압제어시스템과 하이브리드 동력제어시스템 등 관련 기술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IT융합 위한 민·관·학 공조 필요성

여러 이점을 제공하는 '하이-메이트' 시스템의 개발 과정을 보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통산업과 IT 융합사업에서 보완해야 할 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단말기 개발에서 국내 태하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와 웹 연동 부문에선 국내 진정보시스템과 협력했다. MS코리아와 지도서비스에서 힘을 모으는 한편, 위성통신은 오브콤의 상용 위성을 활용했다.

기업이 첨단 IT 융합과 수익성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뛰는 사이 정부는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못했고, 학계의 관련 지식과 연구개발(R&D) 역량도 연계되지 않았다. 전통산업과 IT의 융합은 성공적으로 추진됐을 때 적잖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기업 스스로 해결하기엔 위험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현대중공업은 '하이-메이트'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R&D에만 2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개발작업에 참여한 인력들의 인건비와 기회비용을 감안했을 때,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됐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과 학계의 참여를 바탕으로 관련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면, '하이-메이트' 시스템은 해외 경쟁사들이 도입했던 시기와 비슷한 때 완성될 수 있었다. 아직까지 건설장비의 안전규정이 거의 없다는 점은 기계 분야의 IT 융합을 위해 사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해준다.

◆'하이-메이트'의 보완점

굴삭기 원격관리시스템은 아직까지 여러 보완점들을 지니고 있다. 위성통신은 비용도 문제지만, 지역과 위성 상태에 따라 통신이 불완전하고 속도도 느리다는 게 단점이다. 휴대전화 통신망을 활용하면 통신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굴삭기 관련 정보의 전달에 걸리는 시간이 현재의 5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될 수 있다. 휴대폰 통신망을 쓰기 위해 국가별로 다른 통신규격에 대응해야 하고, 각국 사업자와 별도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비단 원격관리시스템뿐만 아니라 무인장비운용시스템을 비롯해 다양한 첨단 IT 융합기술들이 건설·기계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까지 진척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와 학계, 기업들이 시장수요를 조사하고, 상용화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재빨리 파악하는 등 협력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아이뉴스24 특별취재팀 벤처기업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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